[프로배구] 꺽다리 LIG, 켑코에는 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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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200㎝(LIG손해보험) 대 192㎝(켑코45·옛 한국전력). 높이가 승부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배구에서 주전 평균신장 8㎝ 차이는 넘지 못할 벽이었다. 올 시즌 ‘고공배구’를 표방한 LIG손보가 26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1라운드에서 켑코45를 3-0으로 가볍게 제치고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대한항공과의 개막전에서 힘 한 번 못 써보고 무너졌던 LIG손보는 화풀이라도 하듯 켑코45를 두들겨 낙승했다. 개막전에서 아마추어 초청팀 신협상무에 무릎 꿇었던 켑코45는 남자부 ‘빅4’ 중 최약체로 평가되는 LIG손보에도 맥없이 무너짐에 따라 프로 전환 후 첫 승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박기원 LIG손보 감독은 시즌 전 “올 시즌 우리 팀은 강서브에 이어지는 고공 블로킹으로 승부하겠다”고 선언했다. 탄탄한 서브 리시브를 자랑하는 대한항공을 상대로는 먹혀 들지 않던 강서브가 켑코45를 만나자 효과를 발휘했다. 신인선수들이 대거 주전을 꿰찬 켑코45는 LIG손보의 강서브에 애를 먹었다. 기록으로 나타난 서브득점에서는 4대 4였지만 실제 상황은 기록과 일치하지 않았다. 켑코45는 서브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좀처럼 반격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나마 서브를 받아낸 경우에도 켑코45의 공격은 번번이 LIG손보 블로커들의 손에 걸렸다. 세 번, 네 번을 때려도 블로킹 벽에 맞고 튕겨 나오는 공을 보며 켑코45 선수들은 기가 질린 표정이었다. 이날 블로킹 득점도 LIG 손보가 16대 5로 월등히 앞섰다.

역대 최장신(2m15㎝)인 LIG손보의 외국인선수 카이도 대한항공전 때와 달리 때릴 때마다 먹혀 드는 공격에 신바람을 냈다. 1세트 3득점에 불과했던 카이는 2, 3세트 7득점씩을 기록하며 공격을 주도했다. 카이는 양 팀 최다인 17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LIG손보는 1세트 세터 황동일이 팀 내 최다 공격득점(5점)을 기록할 만큼 불안한 조직력을 드러냈고, 상대 선수들의 서브 표적인 김요한은 서브 리시브 성공률이 0.250에 불과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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