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 좋을수록 MBA 학생 늘어 교육과정에 위기관리 수업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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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금융 위기는 MBA(경영학 석사) 교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미 위기 관리와 금융시장 세계화 관련 수업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대니얼 스미스(51·사진) 미국 인디애나대 경영대학원(켈리스쿨) 원장은 “미국에서는 경기가 안 좋을수록 MBA 학생이 늘어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불경기일수록 차분히 실력을 쌓으려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스미스 원장은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과 EMBA 복수학위 협정을 맺으려 최근 방한했다. 켈리스쿨은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이 채용담당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MBA 순위에서 5위에 올랐다.

-MBA 지망자가 얼마나 늘었나.

“이달 중순 마감한 올해 MBA 지원자 수가 지난해보다 30% 증가했다. 다른 미국 대학들도 2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안다. 경기가 나쁠 때 공부하려는 사람이 많다. 실력을 쌓아 경기가 호전되면 좋은 곳에 취직하려는 것이다.”

-경기가 MBA 교육에 영향을 미치나.

“지난달부터 매주 교육과정이 바뀌고 있다. 교수들도 경기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매일 월스트리트저널 등을 보고 그날그날 수업에 반영한다. 위기 관리와 세계화 교육이 강화되는 추세다. 금융 위기로 전 세계가 연결돼 있고 그 영향이 각국 정부와 은행에까지 미치는 게 증명된 만큼 복잡한 금융시장의 상호관련성 교육도 중요해질 것이다.”

-금융 위기 관련자 중에 MBA 학위 소지자가 많은데.

“전문지식을 가진 금융기관 리더들도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결정한 게 문제였다. MBA 학위와 상관없이 경제가 매우 복잡해지고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MBA 교육을 개선해 위기 관리를 잘하도록 가르칠 계획이다.”

-향후 미국 경제 전망은.

“이번에 많은 교훈을 얻을 것이다. 위기에는 한계가 없다는 게 핵심이다. 앞으로 정부가 시장의 실패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 정부 역할이 한동안 매우 중요할 것이다.

-한국 기업에 조언한다면.

“기본으로 돌아가라. 품질 좋고 가격이 적당한 상품은 경기가 나빠도 여전히 수요가 많다. 기업은 경기가 안 좋을수록 각종 비용을 줄이고 싶은 유혹에 흔들린다. 하지만 이럴수록 기본이 중요하다.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되 사람과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합리적으로 잘하는 회사가 장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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