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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자동차 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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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고등급 도요타 10년 만에 미끄럼
‘AAA’서 ‘AA’로 주가도 동반 하락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최고 신용등급(AAA)을 잃었다.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26일 도요타의 신용등급을 최고 단계인 ‘AAA’에서 두 등급 내린 ‘AA’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1998년에도 최고등급에서 한 단계 떨어진 적이 있었지만 2003년 최고등급으로 회복했다. 피치는 도요타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유지해 앞으로 신용등급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내비쳤다.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날 도요타의 주가는 4.6% 떨어졌다.

도요타의 올 1~10월 북미 시장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2% 감소했다. 이런 추세면 올해 1980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도요타는 내년 3월까지 국내외 공장에서 95만 대를 감산하기로 했다. 또 올 4~9월 국내 계약직 직원의 20%를 감원했다.

그러나 도요타는 위기 속에서도 필요한 투자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도요타는 2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110억 엔(약 1700억원)을 들여 신사옥을 완공하고 개점식을 했다. 조 후지오(張孵뵨夫) 도요타 회장은 “세계 경제가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러시아 시장은 반드시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사옥을 열었다”고 말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부도 직전의 빅3 CEO 연봉 1달러
GM·포드·크라이슬러 퇴직자 연금 줄이기도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 미국의 자동차 빅3가 눈물겨운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파산 위기에 몰리자 의회로부터 2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얻기 위해서다. 우선 빅3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연봉을 1달러만 받기로 했다. 임원의 임금과 상여금도 대폭 깎기로 했다.

또 CEO들이 이달 19일 워싱턴 청문회에 출석하면서 타고갔다가 구설수에 오른 전용 제트기도 처분할 계획이다. 다음 달 국회 출석은 비행기 대신 디트로이트에서 워싱턴까지 승용차에 나눠타고 갈 예정이다. 강경 입장이던 노조도 파산 위기 앞에선 더 버티지 못했다. 노조는 퇴직자들의 연금 및 의료보험 혜택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수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자까지 혜택을 요구하는 강성 노조는 그간 빅3 몰락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빅3는 또 자동차들의 연비를 개선할 특단의 대책도 마련한다. 빅3 CEO들은 미 의회로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강도 높은 자구책을 제출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자구책은 12쪽짜리 요약본과 100쪽 이상의 상세계획서를 내도록 돼 있다. 이들은 다음 달 2일까지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뒤 3일에는 상원 은행위원회, 5일에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잘나가던 독일도 감산·해고 잇따라
폴크스바겐·BMW … 정부에 긴급 지원 요청

그동안 큰 위기를 겪지 않았던 독일 자동차업계도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유탄을 맞았다. 독일 업체들은 자동차 판매가 줄자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대책을 잇따라 내놨다.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 1위인 폴크스바겐(VW)은 4만40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볼프스부르크의 공장을 다음 달 18일부터 3주간 가동 중단키로 했다. 폴크스바겐은 지난달 유럽의 자동차 판매가 8% 줄어들자 감산을 하기로 했다. 또 자회사인 아우디도 헝가리 공장을 일시 폐쇄하기로 했다. 올 들어 직원 8000명을 줄인 BMW는 동부 라이프치히 공장의 임시직 수백 명을 추가로 해고키로 했다. 정부에 긴급 지원도 요청했다.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25일 “폴크스바겐·다임러 메르세데스·BMW가 독일 정부에 자동차 할부 금융을 위한 대출 보증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저조한 자동차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달 유럽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전년 동월보다 15% 감소했다. 슈피겔은 특히 “고급차 생산업체인 다임러와 BMW가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 해 동안 판매 대수를 늘리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을 했던 BMW는 자동차 할부 대금의 연체가 우려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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