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경제 難局과 정부 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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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1세기를 눈앞에 둔 지금 한국 경제는 심각한 진통을 겪고 있다.한편으로는 고비용과 저능률에 시달리고,대외적으로는 날로 열악해지는 국제시장 환경과 해외 경쟁력 상실로 지난해 우리 경제는 2백억달러의 무역적자와 2백30억달러의 경상 수지 적자를기록했다.국민총생산(GNP)성장률은 95년의 9%에서 금년엔 6%로 예상돼 불과 2년 사이에 3분의1의 급격한 감속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 난국의 근원적 요인은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있다.21세기의 문턱에 선 세계경제 속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경제정책 대혁신이 절실히 요구된다.무엇보다도 과감하고 철저한 정부규제의 탈피가 필요하다.한국적인,어떤 조건부 적인 경제자율화가 아닌 철두철미한 시장경제 원칙하에서의 완전 자율화가 필요하다. 한국의 경제관료들처럼.단계적'조치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드문 것 같다.2~3년,3~4년 걸려서 개방하고 자율화하겠다고내놓은 계획들은 대개가 대외협상용으로 전락돼 왔다.수년의 과도기에 무수한 이해관련자들의 로비로 개방화.자율화 조치 들은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외치던 규제완화 조치도 한낱 구호로전락하고,우리나라는 여전히.정부 시장개입'정도에 있어 사회주의국가인 중국보다 앞선 세계 1위의 명예(?)를 차지했다.한국에서는 공장 하나 짓는데 평균 44개의 인허가 서류와 9백25일이 걸린다는 통계가 나와있다. 왜 10여년 전 영국정부의 대금융개혁을.빅뱅'이라고 불렀겠는가.그 이유는 과감한 금융개혁과 자율화는 우주 창성때같은 순간적 대폭발처럼 한꺼번에,단순간에 하지 않으면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간여로 결국 흐지부지되기 때문이다.금융개혁 뿐 만 아니라 경제의 자율화.개방화.국제화도 동시에,한꺼번에 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그 좋은 예로 남미의 칠레,동유럽의 체코.에스토니아.폴란드등도.빅뱅'적인 경제개혁 단행으로 처음 몇년간의 어려움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지금은 주변 국가들보다 더 앞서 경제성장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관료들은 규제 철폐에 인색하기는 일본의 그들과 너무 닮았다.일본의 구태의연한 경제정책은 오늘날 일본경제침체를 불러왔고,일본 대장성을 위시한 경제부처 관료들은 지금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소위.단계적'개방과.점진적'자율화가 일본경제에 가져온 것은 무엇인가.89년 이래 일본 주가는 반으로 추락돼 있으며,92년이래 정부가 밀어넣은 5천억달러의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지난4년간 거의 불황에 가까운 연평균 1%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을 뿐이다.일본의 국가 재정은 왕년의 흑자국에서 지금은 이탈리아 정도의 재정적자국으로 전락했다.GNP로 보면 세계 제2위의경제대국인 일본이지만 도쿄(東京)의 국제금융 정도는 뉴욕이나 런던은 말할 것도 없고 자그마한 도시국가인 싱가포르.홍콩보다 훨씬 뒤떨어져 있다.동시에 일본 경제관료들의 비호밑에서 고비용.저능률의 경영을 해온 은행.보험.증권회사들은 과중한 불량자산의 압박으로 가위 후진국형 금융체제에 머무르고 있다. 이를 타파코자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는 선거승리 직후.일본판 빅뱅'을 계획한다고 작년말 발표했고 우리정부도 그 뒤를 따르겠다고.한국판 빅뱅'을 선포하고 나섰다.우리 정부는 하루 빨리 이미 실패의 모델로 전세계에 알려진 일 본식 경제정책 답습 버릇을 지양해야 한다.우리 정부관료들은 이제는 정책의아이디어를 멀리 태평양과 대서양 건너편에서 찾아야겠다. 연초에 2백50여명의 우리나라 경제부처 고위 관료들이 1박2일의 대토론회를 가졌다고 한다.그 토론회에서 21세기를 눈앞에둔 국제화.자율화.민영화.개방화의 시장경제에 맞는 새로운 경제정책 아이디어를 개발했길 바랄 뿐이다.우리 정부 의 경제운용 자세를 먼저 대혁신해야 우리 경제가 살 수 있을 것이다. ◇필자약력 경희대법대졸 미하버드대 경영학박사.조지워싱턴대 경제학박사 세계은행근무 조지타운대및 컬럼비아대교수 조지워싱턴대 국제경영학교수(현) 저서:.국제금융의 이론과 실제'등 朴 允 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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