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와현실>통계에 안잡힌 실업자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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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물가와 마찬가지로 실업률 통계도 피부로 느끼는 것과 거리감이있다는 지적이 많다.당장 지난해의 경우를 보자.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실업률은 2%(11월까지의 평균치)로95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실업자 수도 42만명 안팎으로 95년(41만9천명)과 비슷했다. 지난해는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1만개도 넘는 기업이 부도로 쓰러졌다.창업 기업을 감안하더라도 실업자 수나 실업률이 95년보다 높아져야 할텐데 통계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체감(體感)실업률'과 정부 통계 사이의 이런 차이는 왜일까. 통계청은“경기 침체가 통상 5~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본격적으로 실업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경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내리막 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불황이 실업률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도 지난해 말께부터였다는 것.실제로 지난해 10월 1.8%였던 실업률은 11월에는 2%로 0.2%포인트 높아졌고 앞으로 상승추세가 한동안 계속될것으로 통계청은 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업률 통계작성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먼저 실업률 통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부터 보자. 현행 통계청의 고용통계는 우선 15세 이상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부터 조사한다.15세 이상 인구는 다시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구분된다.이중 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와 실업자로 나뉘는데,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실업자가 차지 하는 비율이다. 통계작성 방법의 문제는 두가지.하나는 비경제활동인구의 분류 방식이고 또다른 하나는 실업자 분류 기준이다. 현재 한국은 비경제활동인구를 분류할 때 국제노동기구(ILO)방식을 쓰고 있다.ILO 방식은 놀고 있는 사람이라도.최근 1주일간 구직(求職)활동을 한 적이 없으면'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2주일 전까지는 직장을 찾아다니다 1주일 전부터 포기한 사람은 실업자가 아니라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자 통계에서 아예 빠진다는 얘기다. 이러다 보니 실업률 통계와 현실의 차이가 벌어진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실업자 수는 전년과 비슷했지만 비경제활동인구는 크게 늘었다. 통계청 집계를 보면 지난해 15세 이상 인구는 61만8천명이늘었다.같은 기간 비경제활동인구는 19만명이 증가했다. 95년의 경우 15세 이상 인구는 61만9천명 비경제활동인구는 14만8천명이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가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프 참조>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최근 4주간 구직활동을한 적이 없어야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1주일 동안 한 시간 이상 일을 하지 못한 사람'으로규정하는 현행 실업자 분류 기준도 문제가 되고 있다.뒤집어 말하면 1주일에 한 시간만 돈을 받고 일했다면 이 사람은 취업자로 분류된다.여기서도 취업자가 실제보다 부풀려진다 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통계청은 현행 실업자 분류기준이 ILO가 권고하는 국제기준이며 선진국에서도 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 다만 비경제활동인구의 분류방식은 오는 10월분 실업률 통계부터 OECD 기준인.최근 4주간 구직활동이 없는 경우'로도 작성해 두 가지를 함께 발표하겠다는 것이 통계청 입장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렇게 바꾸면 실업률이 평균 0.2~0.3%포인트 정도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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