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26일 양일간 일본의 규슈(九州) 벳푸(別府)에서열렸던 한.일 정상회담은 현안들을 일단 접어둔채 별 성과없이 끝났다.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둘 다 노타이 차림으로 기자회견에 임했지만 양국 정상의 표정에는 어딘가 딱딱함이 느껴졌다..미래지향의 한.일관계'를 목표로 하면서도 좀처럼 서로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 누지못했다.이웃끼리 잘사귀기가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한 회담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시모토 총리는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중식모임에서 먼저 金대통령에게 진사(陳謝)하지 않을 수 없었다.가지야마 세이로쿠( 山靜六)관방장관이 정상회담 바로 전날이라는 최악의 타이밍에 태평양전쟁중의 종군위안부 문제와 관련,“시대적 배경 을 생각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종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개인보상건도 회담 분위기를 악화시킬여지가 있기 때문에 건드리지 않고 지나갔다.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한.일 외무장관 회담에서는 한국측이 일본의.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기금'에 의한 일시금 지급을 중단하도록 요구했다.이번 회담에서는 시간을 다소 연장하더라도 제대로 대화를 나눴어야 옳았다.미묘한 문제는 피하면 피할수록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법이다. .미래지향'으로 나아가려면 한.일간에는 지금 협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가장 중요한 것이 북한을 둘러싼 여러 문제들이다.회담에서는 미국과 중국에 남북한을 포함시킨4자 회담을 조기에 실시하는데 협력키로 합의했다. 그밖에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실시하는 경수로 건설의 비용 분담금을 어떻게 할 것인가,북한에 대한 식량원조를 할것인가 말 것인가등 한.일 양국이 긴밀하게 연대해야할 문제는 많다. 한.일간의 무역불균형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엔화가치 하락으로 한국의 수출에 브레이크가 걸려 있는데도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산업기계 또는 부품의 양이 좀처럼 줄어들고 있지 않다.최근에 벌어진 문제는 아니지만 기술이전 촉진등 세 세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서로의 마음속에 응어리가 있다면 대화는 진척되지 않는다.이번 회담에서도 대부분의 현안은 해결하지 못한채 접어둬버렸다.총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정부도 나의 인식도 변함이없다”며 지난해 6월 회담에서의 발언을 반복했지 만 일본으로서는 평소 신중한 언행과 진지한 협력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리=김국진 도쿄특파원]
<해외논조>흉금 못털어놓은 韓.日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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