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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정치 9단'과 국가의 경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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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치는.가능성의 예술'이라고 비스마르크가 말했다.영어번역이 .art'여서 예술로 곧잘 미화되지만 독일어.Lehre'는 예술보다 지혜쪽이다..정치9단'은 무술이나 바둑을 연상케 한다.하기야 마오쩌둥(毛澤東)은 정치를.유혈없는 전쟁' ,그리고.피흘리는 정치가 곧 전쟁'이라고 했다. 현대의 정치는 예술도,무술도,엔테베작전도 아니다.합리적 선택일 뿐이다.미국의 존 K 갤브레이스는“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은 아니다.다가올 재앙이냐,당장 입에 쓴 것을 삼키느냐의 선택”이라고 케네디 대통령에게 진언했다.임기를 1년여 남 겨놓은 레임덕 대통령,노동법파국에 한보사태가 차원 하나를 보탠 현 정치상황이야말로 갤브레이스적 선택의 국면이다. .제왕적'대통령과.영웅적'대통령은 유능한.국가경영자'에 속속밀려나고 있다.앨 고어 미국부통령은“국민들은 고객”임을 선언했다.고객을 소중히 하고 고객위주의 경영마인드로 21세기 정치를펴겠다고 기염이다.의사출신인 말레이시아의 마하티 르총리는 국가경영의.명의(名醫)'로 꼽힌다.말레이시아가 배울만한 것은 무엇이나 메모해 열심히 처방을 내린다.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는인구 3백만명의 도시국가를.손바닥'에 올려놓고 요리한다..예술가적 환상'에다 정치과신의.대통령병 환자'들이 득실대는 한국적정치가 우리를 거듭 슬프게 한다. 대통령의 요건으로 유능한 관리자가 갈수록 주목받고 있다..효율적인 대통령'이 새로운 시류다.민주투사출신의 대통령들이 맥을못추거나 얼마 못가 밀려나는 사정도 이때문이다.폴란드의 바웬사는 고집과 뱃심과 특유의 돌파력으로 공산독재를 무너뜨렸다.반독재투쟁에선 고단수였지만 대통령으로서의 국가관리능력은 낙제였다.단위노조이외에 이렇다 할 조직을 거느려 보지 못한 그는 영웅적투쟁심과 고집으로 밀어붙였다.이는 곧 독선과 독단의 정치였다.민주화이후에 대한 비전이 없고,그 의 뚝심정치는 예측불능이었다.지도자는 그 시대를 떠나서 생각하기 어렵다.처칠도 전쟁때는 영웅이었지만 평화시에는 그저 그런 인물이었다.체코의 하벨,남아프리카의 넬슨 만델라는 대통령이 된후 유능한 관리자(총리)에게국정을 맡기고.도덕적 권위'로 물러앉았다. 문민정부의 국가경영은 충격과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YS주변엔 행정경험이라곤 동서기를 해본 사람도 없다.공을 모는데 서투르고 더러 실수도 한다.그러나 방향만은 옳으니 참고 지켜봐달라”고 출범초기 한 측근은 이해를 구했었다.그러나 엉뚱한.똥볼'이 너무 잦고,새벽에.골대'를 옮겨놓는 변칙도 서슴지 않는다.강도높은 고단위 정치에 멍드는 것은 국가경영이다.경제는 주저앉고,민심은 떠나고,여권의 내부동요에다.관심(官心)'마저 등을 돌리는 위기국면이다.국민적 합의에 의 한 위기관리보다 강공으로일전을 불사하는 재래식 정면돌파가 거듭 시도되고 있다. 갤브레이스적 선택은 곧 입에 쓴 약이다.차기정권을 내손으로 창출하겠다는.김심(金心)'은 레임 덕의 아집이다.3金간 대결구도의 정치게임을 그만두고 다음 정권보다 다음세대를 생각하는 정치패러다임이 시대적 요청이다.그 이행과정의 슬기로 운 관리가 더 멋있는 선택일 수가 있다. 경영전문가 피터 드러커는.효율적 대통령'자격요건으로.대통령이되는 즉시 선거운동은 잊어버려라'를 먼저 내세운다.친구를 멀리하고,정부내 요직에 측근들을 포진말라가 둘째다.정치력을 과신 말고,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해선 안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라고 권고한다. 대통령은 고독한 자리다.레임 덕의 입지는.삼각망속의 고독'으로 상징된다.여.야당과 내부파벌과 자신의 이기(利己)로부터의 초연함이다.대통령이.공심'(空心)으로 이고독을 즐길 때 그 자신은 물론 국가경영과 국민들 심기도 평안을 되찾는 다. (편집국장대리) 변 상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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