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공원묘지 유치나선 광주시북구 효령동 주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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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혐오시설이라고 무작정 반대만 해선 안되죠.마을 숙원사업을 해결하고 1백30만 광주시민의 고충도 해소된다면 이들 시설을 유치하는데 주민들이 나서야 합니다.” 최근 시립화장장과 공원묘지를 자기 마을에 유치하겠다고 나선 광주시북구효령동 주민 가운데 한사람인 이연(李淵.37)씨의 얘기다.
李씨를 비롯한 1백20가구 마을 주민들은 화장장 이설 문제 때문에 속앓이를 해온 광주시의.숨통을 터준'주인공들이다.
님비(NIMBY)현상이 고정관념화된 사회 분위기속에서도 광주에선 집단민원 문제가 당국의 설득과 주민들의 의식전환으로 속속해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광주시는 쓰레기매립장이 설치된 북구운정동 망월동묘역내에 화장장 부지를 확정했다.
그러나 혐오시설 설치를 꺼리는 주민들이.쓰레기 반입저지'로 맞서 그동안 쓰레기 처리에 곤란을 겪어왔다.
시가 이처럼 곤경에 처하자 효령동 주민들은 마을 야산 20만평에 화장장 설치및 공원묘지 조성등 혐오.기피시설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것.
주민들이 내세운 조건은 ▶마을진입로 확장.포장▶화장장 운영등수익사업에 주민참가 보장▶시내버스 증차및 연장운행등이다.시는 당장 2월1일부터 2개 노선버스를 연장운행하고 적자운영이 예상되는 화장장은 시가 직영하는 대신 공원묘지내 식 당.판매점.꽃가게등 부대 수익시설은 주민들에게 맡기는 방안을 구상중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동구소태동내 녹동마을.주남마을 2백여가구 주민들도 광주시내 5개 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구청이 추진하는 위생쓰레기매립장 건립을 수용했다.2만4천평 규모로 쓰레기매립장을 설치하려는 현안사업을 놓고 95년부터 벌여온 당국과 주민의 협상이 타결을 본 것이다.
구청은 해당지역 주민들이.숙원사업을 위한 주민협의회'를 구성하면 각종 숙원.민원사업 해결에 아낌없는 지원을 펼칠 예정이다. 또 혐오시설은 아니지만 주민 반대로 2개월째 중단됐던 호남고속도로 우회도로 개설사업도 지난 18일 극적으로 해결됐다.
북구태령동 3개 마을 주민들은 도로 계획노선이 마을에 근접해소음피해가 우려된다며 개설을 반대해왔으나 ▶농로및 진입로 포장▶마을회관 건립▶노후배수관 교체및 간이상수도 설치등을 조건으로합의를 봤다.
이처럼 광주시의 집단 민원사업이 당국과 주민 합의로 해결된 것은 민선자치시대 이후 더욱 심화돼가는 지역 이기주의를 극복할수 있는 값진 선례로 평가된다.

<광주=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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