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에묻는다>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장 오태순 신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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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새해를 맞으면서 누구나 마음 속으로 보다 행복한 사회를 소망했지만 지금 주변은 더욱 어수선하다.그런 가운데서도 발길이 점점 더 바빠지는 사람이 있다.재단법인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 본부장 오태순(吳泰淳.58)신부.
95년 9월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崔昌武주교)와 공동으로 펼쳐온.사랑의 국수나누기'운동을 비롯,불교조계종.원불교와 함께 펼치고 있는.우리 민족 서로 돕기'운동의천주교측 실무진으로 북한동포를 돕는 일에 앞장 서고 있다.지난10일에는 노동법관련 파업으로 온 사회가 시끄러운 가운데서도 북한동포들이 설날에는 따뜻한 음식을 들 수 있도록 우리 민족 서로 돕기운동을 펼치고 있는 세 종교의 성금 2억8천만원 기탁을 앞당기기도 했다.
명동 가톨릭회관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 그를 만났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인류에게 사랑과 화해를 가르쳐 주셨습니다.그러나 우리는 민족의 분열과 불화에 익숙해졌고 사랑으로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에는 소홀했습니다.선교를 위한 방편이 아닌 남북한의 닫힌 마음을 열어 화해의 정신을 심어주 고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동포들을 한끼라도 돕는 일은 남북화해와 통일을위해 작지만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천주교의.사랑의 국수나누기'운동은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모두 4억3천만원의 성금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북한에 전달했다.이 성금은 신자들이 월수입의 0.2%를 떼어.북녘형제와 국수나누기운동본부'(02-753-0815)에 지로나 온 라인으로 보내온 것들.현재 회원으로 가입한 신자가 3만여명이며,곧 2차 회원접수를 통해 6만여명선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운동본부의 계획이다.우리돈 4천원이면 1백50짜리 국수 90그릇,즉 한사람의 한달분을 제공할 수 있어지금까지 지 원한 금액은 10만7천여 북녘동포들의 1개월간 식량에 달하는 규모다.
“우리에게는 미미한 액수라도 배고파하는 북녘동포들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과소비와 사치,향락과 방종이 잉태한 끔찍한 사건들이 신문의 사회면을 채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북녘동포들의 어려움을 생각하고 조금씩만 아껴 그들을 돕는데 쓴다면 재물도 재물이지만 아름다운 마음씨가 우리 사회를 보다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들 것입니다.” 吳신부는 북한잠수함 침투사건 이후 모금운동이 다소 주춤했었는데 새해들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면서무엇보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라는 명제 앞에 불교.원불교.천주교등 종파를 초월한 참여가 앞날을 더욱 밝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직접 전달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짓는 吳신부는“지금 노동법 파동으로 분열된 우리사회가 하루빨리 대화를 통해 화해와 일치의 모습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소망을 나타냈다.

<김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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