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UFJ신탁 스미토모신탁에 팔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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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모기업인 일본 UFJ홀딩스가 자회사 UFJ신탁은행을 매각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한 고객이 UFJ은행에서 나가고 있다. [도쿄 AP=연합]

일본 3대 금융사인 UFJ홀딩스는 산하의 UFJ신탁은행을 스미토모(住友)신탁은행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대금은 3000억엔으로, 스미토모신탁은행은 총 신탁자산 75조엔의 일본 최대 신탁은행으로 부상하게 됐다.

신탁회사의 합병은 2000년 4월 미쓰이(三井)신탁은행과 주오(中央)신탁은행의 합병 이래 처음이다.

스미토모신탁은행은 먼저 UFJ신탁은행 법인부문의 주식을 취득해 자회사화한 뒤 2006년 3월 말까지 지주회사를 설립해 업무분야별로 회사를 재편할 계획이다.

UFJ홀딩스의 UFJ신탁은행 매각은 지난 17일 금융청의 특별검사 결과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면서 지주회사인 UFJ홀딩스.UFJ은행.UFJ신탁은행의 최고 경영진이 일제히 교체된 이후 나온 조치다.

이번 조치는 내년까지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을 4%대로 낮추기 위한 금융청의 개혁 드라이브에 UFJ홀딩스가 백기를 든 결과로 은행권에서는 보고 있다.

UFJ홀딩스는 당초 내년 7월을 목표로 신탁은행의 법인부문만을 은행 측으로 이관해 경영효율을 꾀한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결산 결과 부실대출로 인한 대손준비금의 급팽창 등 불량채권 처리비용의 대폭적인 증가가 전망되자 신탁부문의 매각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지난 17일 윤곽이 드러난 2003년 결산에서 UFJ홀딩스의 부실채권 규모는 금융청이 대손 처리에 단호한 회계기준을 들이대면서 지난해 말 예상했던 액수의 두배를 넘는 1조2000억엔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세후 적자 규모도 3000억~4000억엔으로 부풀어 오른 상태다. 당장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비율이 8% 미만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에서의 신뢰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UFJ홀딩스가 궁여지책으로 UFJ신탁은행 매각이란 카드를 꺼낸 것이다.

다만 UFJ홀딩스는 신탁업무에서 완전히 손놓을 경우 다른 금융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매각을 하는 대신 이를 인수하는 스미토모신탁과 포괄제휴를 하기로 했다.

이날 UFJ홀딩스의 UFJ신탁은행 매각방침이 알려지면서 UFJ의 재무상황이 건전화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주가가 7.4% 급등했다.

한편 스미모토신탁은행은 지난해 9월 중간결산 결과 부실채권 비율이 3.4%에 그쳐 7대 은행 가운데 가장 낮고, 지난 1월에는 공적자금 2000억엔을 완전히 갚는 등 자본구조가 매우 탄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스미토모신탁은행은 규모를 키워 업계 선두인 미쓰비시(三菱)신탁은행을 제치고 수익기반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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