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본사 흔들려도 한국씨티는 괜찮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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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가 영향 받는 일은 없을 겁니다. 되레 미국 본사에서 달러를 들여오는 등 그동안 국내에서 해오던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24일 만난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위기에 싸인 모그룹과는 선을 그었다. 그는 “오늘 아침에도 아시아 본부와 연락을 취했다”며 “미국 정부의 시장 안정 조치가 곧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대책은 이날 기자와의 인터뷰 직후 발표됐다. 씨티그룹에 추가로 2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부실자산에 대한 지급 보증을 한다는 ‘종합구제책’이었다. 대신 미국 정부는 씨티의 우선주를 확보한다. 미국판 ‘대마불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200년 역사의 미국 대표 금융사 씨티에는 굴욕이다.

본사 사정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국내 예금자나 직원도 불안을 느끼고 있다. 씨티그룹은 이날 한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 일간지에 “재무 건전성이 우수하다”는 광고를 냈다. 전 세계 고객에게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하 행장은 사내방송을 통해 “안심하고 업무에 충실하라”고 직원들에게 전했다. 모그룹이 흔들리면서 연초부터 흘러 나오던 ‘매각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하 행장은 “그럴 가능성은 제로”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사회 멤버인 내가 모르는 청산이나 매각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1981년 씨티은행 서울지점에 입사해 행장에 오른 그는 씨티의 저력을 믿는다고 했다. 그는 “오랜 역사를 거치며 씨티에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전자가 생겼다”며 “그런 믿음에 보유 중인 씨티그룹 주식을 단 한 주도 처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 들어 씨티그룹 주가는 87%나 떨어졌다. 지난주 말엔 3달러대로 쪼그라들었다. 그는 “91년 대부조합 부실 사태가 터졌을 때도 씨티 주가는 8달러로 추락했지만 98년엔 20배로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를 넘기면 장기적으로 씨티의 장점이 발휘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대안으로 떠오른 상업은행·투자은행·자산운용사·카드사가 결합된 ‘유니버설뱅크’ 의 최초 모델이 씨티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특히 한국씨티는 지난 몇 년간 자산을 크게 늘리지 않는 등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씨티는 국내 법인으로 설립됐다. 자칫 씨티그룹이 어려움에 빠지더라도 곧바로 문을 닫거나 하는 상황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예금자 보호도 국내 기준에 따른다.

한 발 더 나아가 하 행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외화 공급 등 한국에서 해오던 씨티의 기존 역할을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자본확충용으로 발행하는 후순위채를 다른 시중은행들처럼 창구에서 파는 대신 미국 본사에서 인수하는 방식으로 달러를 들여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현지 발행 규모에 대해선 “수천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에 대한 외화 대출도 늘리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모그룹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그냥 평안할 수만은 없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지난주 말 노사가 희망퇴직 실시에 잠정 합의했다”며 “연례적으로 하는 것으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글=조민근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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