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유통업 뛰어든 대한통운 김여환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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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전국 주요 도심지에는.미창(米倉)'이라 불리는 물류창고가 한군데씩 있다.일제시대인 1930년대에 조선미창주식회사가 방방곡곡에 미곡 보관을 위해 확보해 둔 이 창고들은 당시만 해도 도시 외곽에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도시 한복판을 차지 하고 있다. 조선미창을 이어받은 대한통운이 전국에 갖고 있는 이런 물류창고 부지는 1백20건에 약 12만평.이런 노른자위 땅을 발판으로 대한통운이 유통업에 뛰어 들었다.지난 95년 10월부터 소문 안나게 개점한점포가 전국 9개.다음달까지 5개 더 개점한다.기존의 물류처리능력에다 땅을 미리 갖고 시작하기 때문에 개점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지난해 8개 점포의 총매출은 4백54억원.평당 매출이 1천3백만원에 달하고 있다.
특히 1호점인 군산점(매장규모 6백평)은 평당 매출이 3천만원으로 웬만한 백화점을 능가한다.
지난 63년 대한통운 1기로 입사해 93년12월 최고경영자에오른 김여환(金麗煥)사장의 첫 작품은 과연.탁월한 선택'이었다. “운송업만으로는 채산성이 없어요.10년전만 해도 서울~부산까지 하루 2회전 하던 것이 이젠 1회전도 하기 힘들어요.그러니 창고도 효율성이 떨어지죠.도시 한복판에 있는 그 아까운 땅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유통업 진출을 생 각했지요.” 그래서 지역밀착형 디스카운트스토어.코렉스마트'를 열었고 대한통운의 전국지점망을 최대한 활용해 무섭게 점포를 늘려 나가고 있다.
“전국 영업소 5백개를 연결하는 운송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어디에 점포를 열더라도 당일에 물건을 실어 나를 수 있죠.그게 우리의 경쟁력입니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으로 칼을 뽑지는 않았다.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외곽으로만 맴돌고 있다.
“힘을 기르는 거죠.어떤 유통업체와 맞붙어도 자신이 있을 때서울에 입성할 겁니다.영등포구당산동에 이미 자리(6천7백평)까지 마련해 뒀어요.98년말께 서울로 올라와 본격적으로 한번 붙어 보렵니다.” 또 한가지 감추고 있는 비수가 있다.
“지금 하고 있는 특송사업과 연계해 통신판매사업을 해볼 생각입니다.특송차량만 6백대 확보돼 있고 전문인력이 있으니 좋은 상품만 갖추면 바로 시작할 수 있어요.무엇보다 물건 배달하는 건 우리 따라올 데가 없으니까요.” 점포를 먼저 열고 물류체계를 갖춰 나가는 기존 유통업체와는 거꾸로 물류 노하우를 바탕으로 유통에 뛰어든 무서운 신예,대한통운의 앞으로의 행보에 유통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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