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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holic] ‘뚜벅이’가 모두 행복해질 때까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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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전남 순천시청이 있는 장명로 일대에서 최근 3년간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40건이었다. 이 중 40%가 보행자 관련 사고였다. 보행자 관련 국내 교통사고 평균치(25%)보다 15%포인트가 높다. 한국교통연구원은 보행자보다는 차량통행을 우선하는 환경이 보행자 관련 교통사고 비율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이 지역 인도에 쌓여 있는 각종 물건과 전신주가 통행을 방해하고 도로와 인도 사이의 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횡단보도가 부족하고 불법주차 차량이 인도를 점령하는 일도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장명로 일대가 내년에 사람의 통행을 우선하는 ‘보행우선구역’으로 탈바꿈한다. 먼저 왕복 3차로인 차선을 2차로로 줄여 남는 공간에는 자전거도로와 인도를 만든다. 차량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 도로보다 높게 솟아 있는 고원식 교차로를 도입한다. 또 ▶감속을 위한 지그재그형 도로 도입 ▶일방통행 확대 ▶차량의 인도진입 막는 차단봉 설치 ▶고원식 횡단보도를 설치할 계획이다. 전선도 지하로 매설해 전신주를 없앤다.

보행자의 안전통행을 위한 ‘보행우선구역’ 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은 2005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을 근거로 시작됐다. 지난해 순천시 장명로와 서울 여의도 등 9곳이 시범사업지로 선정됐다. 올해에는 서울 마포구 도화동 등 6곳이 추가됐다. 국토해양부는 앞으로도 시범대상지역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보행자 사고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국내의 인구 10만 명당 보행자 사망자 수가 4.61명(2007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사업은 정부가 보행우선구역 설치를 위한 설계비를 지원한다. 지자체는 현지 사정을 감안해 공사를 벌인다. 앞서 지정된 9곳은 설계가 마무리돼 환경개선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일본에선 커뮤니티존(community zone), 영국은 홈존(home zone), 네덜란드는 본엘프(woonerf) 등의 명칭으로 유사한 사업을 20~30년 전부터 추진해 오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4일 보행우선구역사업의 성과와 개선방안을 소개하는 세미나를 개최한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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