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심장 박지성, 무쇠다리 이영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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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 경기를 치르면 3~4kg이 쑥쑥 빠지는 축구는 1주일에 세 경기를 치르기가 결코 쉽지 않다. 더군다나 장거리 비행기 여행을 하며 그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두 개의 심장’을 지닌 박지성(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체력 관리도 영리하게 하는 이영표(31·도르트문트)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둘은 15일(현지시간) 나란히 소속팀 경기를 마치고 16일 카타르 도하에 캠프를 차리고 있던 월드컵 대표팀에 합류했다. 어차피 대표팀이 17일 사우디아라비아로 이동하기 때문에 잔꾀를 부렸다면 영국과 독일에서 하루를 푹 쉬고 사우디로 곧바로 움직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둘은 한시라도 빨리 대표팀에 합류해 달라는 허정무 감독의 요청을 우직하게 따랐다.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지성은 “이런 경험이 어디 한두 번이냐”고 반문했고, 이영표는 “짧은 시간 안에 체력을 회복하는 비결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허장성세가 아니었다. 두 선수는 나란히 19일 사우디전에서 풀타임 출전해 2-0 승리를 이끌며 19년 묵은 징크스를 깼다. 강행군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영표는 경기 후 곧바로 짐을 싸 6시간 비행기를 타고 20일 새벽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이영표는 이튿날인 21일 오후에 열린 독일 분데스리가 칼스루에전에 풀타임 출전해 팀의 1-0 승리를 도왔다. 사우디전을 마치고 고작 48시간 만이었다.

박지성은 비행기를 갈아타느라 13시간이나 걸려 맨체스터에 도착해 22일 저녁에 열린 애스턴빌라와 원정경기에 나섰다. 0-0 득점없이 비긴 이날 박지성은 몇 차례 찬스를 놓쳤지만 체력 문제를 드러내지 않고 끝까지 그라운드를 지켰다. 허정무 감독은 “성실하고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둘이 유럽에서도 성공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칭찬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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