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 27일만의 평화-경찰 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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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성역(聖域)명동성당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지난달 26일 권영길(權永吉)위원장등 민주노총 지도부가 노동법변칙통과에 항의,농성을 시작한지 27일만에 성당을 에워싸고 있던 경찰이 완전 철수함으로써 팽팽하던 긴장감이 사라졌다.
서울 중부경찰서 엄호성(嚴虎聲)서장이 21일 오후7시쯤 무전을 통해“그동안 수고했다.모두 철수하라”고 지시함으로써 대치 국면이 완전히 해소된 것이다.김수환(金壽煥)추기경이 지난 5일주일 미사에서 명동성당이 종교적 성역임을 강조, 공권력 투입 반대의사를 내비친뒤 보름만의 일이다.
嚴서장은 이어 명동성당 홍근표(洪近杓)수석신부를 방문,“그동안 여러가지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검문을 이유로金추기경 차량의 트렁크를 열어보고 로만칼라를 입은 신부에게까지신분증 제시를 요구한 것등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이에대해 洪신부는“앞으로 나라가 잘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민주노총측에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된 민주노총지도부를 검거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 20여명은 명동성당 본관 뒤의 5평짜리 천막에서 당분간생활을 계속할 방침이다.여야 영수회담이 민주노총 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만큼 투쟁을 계속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투쟁 지도부로서 성당만큼 안전한 곳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지금까지의.범법행위'에 대해서는 영장집행을 유예하지만 앞으로 파업등을 주도할 경우 사법처리하겠다는 경찰 방침도 이들을명동성당에 머무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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