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의 귀를 잡아라-싱크탱크등 公私자문채널 홍보戰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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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빌 클린턴 미대통령의 집권2기가 정식으로 시작되면서 과연 누가 대통령의 귀를 선점하느냐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클린턴의 귀를 가장 장시간 점유하는 사람은 백악관의 참모진과 각료들이다.부인 힐러리여사도 남편의 귀에 가장 가까이 입을 대고 있다.
수도 워싱턴에서는 아직 상원인준 청문회가 남아 있지만 장관들의 얼굴이 새로워졌고,집권2기 주요 정책과제 또한 취임사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이들외에 미국 정치과정의 독특한 단면은 주요 정책연구기관들의 활동이다.
워싱턴에 있는 주요 정책연구기관들은 대통령 취임이 가까워오면각종 정책보고서를 발간한다.대통령뿐 아니라 의회 새 얼굴들의 귀를 선점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그것이 세계의 아이디어 시장을지배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싱크탱크들이 자신들의 철학과 노선을 홍보하기 위한 노력은 다양하다.각종 정책세미나는 기본이며 그밖에도 이들이 벌이는 활동은 집요하고 체계적이다.보수 성향의 헤리티지재단과 미공공정책연구소(AEI)는 지난해말과 올해초 초선의원들을 대 상으로 국회의원 기초소양교육(오리엔테이션)을 실시했다.
공화.민주 양당 소속의원들 모두가 그 대상이다.워싱턴 근교 호텔을 잡아 하루 혹은 며칠간 일련의 연찬회와 간담회를 개최하고 연구소의 철학을 대변하는 유명인사들의 강연자리도 마련한다.
국정 전반에 걸쳐 자신들의 입장을 정리한 책자도 발간한다.그 가운데 민주당지도위원회 산하 진보정책연구소가 이번에 발간한.미국개혁을 위한 가교'가 눈에 띈다.
4년전 클린턴 집권이념 제공의 바탕이 됐다고 평가되면서 신임각료들의 필독서로 부각됐던.변화를 위한 선택'을 발간한 단체가새로 낸 책이기 때문이다.4년뒤 대통령 출마가 확실시되는 앨 고어 부통령이 서문을 썼다.
그러나 이들 싱크탱크가 클린턴의 귀를 독점하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클린턴은 집권초부터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골라 백악관 집무실 전용 팩스번호를 알려주고 수시로 세상 돌아가는 얘길 전해줄 것을 부탁했다.
1주일에 1백~5백여통의 개인메시지가 전달되고 클린턴은 이를거의 빠짐없이 읽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마음이 내키면 답장도 한다.워싱턴 싱크탱크들의 보고서 주요내용이 정책건의라면,백악관에 직접 전달되는 팩스서신은 클린턴에 대한 개인적 충고가 주조를 이룬다고 한다.의원들도 지역구를 중심으로 비슷한 정보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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