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기의 머니 콘서트] 시장 떠나는 사람들, 한번 더 생각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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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호 26면

주식시장이 흉흉하다. 인터넷 세상에는 주가지수 500 시대를 예언하는 글들이 떠돌고, 미국 주식시장은 10년 전 수준으로 추락했다. 온통 어두운 얘기들이 신문이나 방송을 도배하고 있다. 당연히 투자자의 불안도 극에 달하기 마련이다. 투자 손실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코스피가 지난주 한때 다시 1000선 아래로 떨어지자 불안감을 이기지 못해 주식을 팔거나 펀드를 환매하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박모(48·자영업자)씨는 지난주 미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자 그동안 투자했던 주식과 펀드를 모두 정리했다. 그는 “지금까지 50% 넘게 손해를 봤지만 앞으로 더 떨어질 것 같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주위에서 들리는 온갖 악재에 귀가 근질근질해 매도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이런 사례는 비단 박씨만이 아니다. 기다리던 반등은 온데간데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렇게 시장을 떠나는 투자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이젠 신물이 난다. 다시는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투자자들이 처음 투자를 결심했을 때는 어땠을까. 시장에는 온통 장밋빛 전망이 가득했을 것이다.

주위 사람의 권유도 있었을 것이고, 높은 투자 수익을 기록한 전설적 무용담이 귓전을 때렸을 것이다. 결국 주위의 좋은 전망에 기대 투자의 세계에 발을 담갔다가, 나쁜 전망에 발을 빼는 악순환이 나타난 셈이다. 이럴 때일수록 본인의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물론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비관론에 너무 휘둘릴 필요는 없다. 특히 지금처럼 안개 국면에서는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지만 시장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가 자칫 좋은 투자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이러면 주가가 많이 오른 뒤 다시 투자에 나섰다가 가격이 떨어질 때 처분하는 제2의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정 사정이 급하고 행여 투자의 무대에서 잠시 퇴장하더라도 안테나만은 꼿꼿하게 세우고 있어야 한다. 특히 금융위기가 실물로 전염되기 시작하면서 어떤 파장이 미칠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예상된다. 시장 돌아가는 얘기에 귀를 곧추세우고 내 처지를 대입해 단계마다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위기 대응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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