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퉈자시 강풍’ 바람막이로 농심배 합류 … 이창호·강동윤과 삼각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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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달 시작된 제10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에 낯선(?) 얼굴이 보였다. 바로 10년 만에 처음 출전권을 따낸 이세돌 9단이다. 그가 합류하자 이창호 9단 혼자서 고군분투해온 한국 팀은 단연 강팀으로 떠올랐다. 강동윤 8단, 윤준상 7단, 허영호 6단으로 이어지는 보좌역들도 더욱 튼튼해 보였다.

그러나 베이징의 1라운드(10월 21~24일)는 퉈자시(사진) 3단이란 17세 중국 소년 기사의 독무대였다. 한국은 무명이나 다름없는 ‘퉈자시 강풍’ 앞에 허영호와 윤준상이 차례로 쓰러졌고 일본은 기성 타이틀 홀더인 야마시타 게이고 9단과 천원전 우승자 고노린 9단이 날아갔다. 무려 4연승. 퉈자시는 연승 상금과 대국료만으로도 이미 3500만원을 확보했다.

그렇다면 24일 부산 농심호텔에서 속개되는 2라운드(24~29일)는 어떤 양상일까.

분위기는 첫판이 좌우할 게 분명하다. 2라운드 첫판에 나서는 한국 기사는 강동윤 8단이다. 세계마인드스포츠게임 개인전에서 우승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고 이후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각 기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강동윤.

사실 퉈자시가 4연승을 거두고는 있지만 한국 팀은 별로 놀라지 않고 있다. 초반 3연승 등 그런 비슷한 일은 전에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강동윤 카드로도 퉈자시를 막지 못한다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농심배에서 5연승은 이창호 9단 등 3명이 기록했고 6연승은 아직 없다(농심배의 전신인 진로배에서 서봉수 9단이 9연승 우승을 기록한 적은 있다). 퉈자시의 신기록 작성과 함께 이창호-이세돌의 조기 출전이 불가피해진다는 얘기다.

누가 최후의 수문장을 맡을지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살인적 스케줄에 시달리는 이세돌 9단의 경우 농심배의 조기 출전은 보통 피곤한 사건이 아니다. 최근 자신을 향한 가장 강력한 추격자로 떠오른 강동윤에게 제발 한 판이라도 더 연승해 줄 것을 부탁해야 할 형편이다.

이세돌 9단은 22일 KB한국리그, 24일 국수전 도전기 2국을 둔다. 그 외엔 잠시 스케줄이 비는데 ‘강동윤 패배’라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했을 거란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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