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4일만에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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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연패 탈출에 성공한 삼성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코칭 스태프.동료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대구=연합]

19일 오후 9시55분 대구구장. 9회초 2사 후 기아의 대타 이재주가 헛스윙 삼진 아웃됐다. 6-4 삼성의 승리.

삼성 홈팬들은 14일 만의 승리를 기립박수로 축하했다. 어제의 야유는 어느새 격려의 함성으로 바뀌어 있었다. 거의 전원이 삭발로 연패 탈출의 결의를 다졌던 삼성 선수들은 서로 까칠한 머리를 쓰다듬었다. 경기를 앞두고 평소보다 30분 일찍 경기장으로 '출근'해 수비훈련을 했던 이들이다.

선동열 수석코치 등 코칭 스태프의 얼굴에도 웃음이 피어올랐다. 이들은 구단 직원이 사다준 '건강 팔찌'까지 선수들과 나눠 차며 팀 분위기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삼성이 창단 이래 가장 길었던 10연패의 터널에서 벗어났다. 3회 2점 홈런(통산 265개)을 친 양준혁은 장종훈(한화)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12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삼성은 경기 시작과 함께 기아 선두타자 이종범에게 솔로홈런을 맞았다. 또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웠지만 이날은 달랐다. 1회말 오리어리의 3루타로 바로 따라붙었고, 2회초 다시 1-2로 리드당했지만 2회말 김재걸의 적시타로 2-2를 만들었다.

3회말에는 4안타를 몰아치며 순식간에 4점을 뽑았다. 양준혁은 1사 1루에서 우월홈런을 터뜨렸고, 오리어리.김한수.강동우의 3연속 안타로 2점을 더 보탰다.

기아는 6회 2점을 뽑으며 추격전을 펼쳤지만, 삼성은 권오준과 임창용까지 쏟아붓는 '총력전'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김응룡 감독은 "연패를 끊어서 기쁘다. 마치 한국시리즈 10연패를 한 것 같다"며 기뻐했다.

롯데-현대의 사직경기는 밀물과 썰물처럼 치고받는 난타전 끝에 현대가 11-8로 승리했다. 현대는 2회초 정성훈의 3점 홈런 등 5안타, 2볼넷을 묶어 7점을 뽑는 집중력으로 3회초까지 9-0으로 앞서 낙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맷집이 부쩍 좋아진 롯데는 3회말 추격하기 시작했다. 3회 라이온.페레즈.손인호 클린업 트리오가 차례로 1타점 적시타를 합작, 3-9로 따라붙은 뒤 6회까지 연속 득점하며 8-10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현대는 7회 이숭용의 1타점 2루타로 11-8로 도망간 뒤 구원 1위 조용준이 등판, 롯데의 상승세를 막았다.

1회 중월 2루타, 2회 3점 홈런, 3회 우전안타를 친 현대 정성훈은 5회 우중간을 가르는 깊숙한 안타 때 사이클링 히트를 노리고 3루까지 뛰었으나 손인호-신명철-이대호로 이어지는 중계 플레이에 아웃돼 대기록의 꿈을 접었다.

김종문 기자, 대구=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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