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흐름읽기>미시족 굿바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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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서울신촌 로터리에 있는 그레이스 백화점.건물에는.신촌 지엔느-그레이스'라는 캠페인 테마가 요란스레 걸려 있다.
이 곳은 지난 94년,뜨거운 바람이 되어 우리나라에 몰아쳤던.미시족 신드롬'의 진원지..애인 같은 아내'.아가씨 같은 주부'.나만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투자한다는 미시족을 상대로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는 곳이다.
그러나 불과 2년여가 지난 지금,그레이스백화점의 어디를 살펴봐도 미시의 흔적은 좀처럼 찾을 길 없다.
한때는 3층 매장의 거의 전부를 이른바 미시류 의상들이 차지했으나 지금은 어디를 둘러봐도 미시의 편린조차 찾아볼 길이 없다.캠페인 테마도 미시와 전혀 상관없는.지엔느'다.
이 백화점 조윤권과장은“미시족이 마치 자기 분수를 모르고 소비만 아는 허황되고 이기적인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이들을 앞세운판촉전략을 포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신세계도 비슷해 본점의 경우 미시 선풍이 불던시절에는 2층 의류매장의 40개 브랜드 가운데 절반 가량을 미시 코너가 차지했으나 요즘은 5분의1정도만으로 간신히 미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또 롯데 명동점은 초기 여성의류 10개 부문중 미시류 의상의매출액이 전체의 25%정도를 차지했으나 현재는 판매 비중을 거론하지 못할 정도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백화점에 옷을 입점시키는 의류업체들도 자기네가 만든 옷을 내부 편의상 미시 존에 편입시키면“어정쩡하다는 얘기냐”며 불쾌감을 토로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백화점 관계자들은 미시족의 존재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자아를 중요시하는 신세대풍의 주부는 있지만 그렇다고 자기 자신에게만 아낌없이 돈을 투자하는 그런 부류는 설령 있더라도 소수에 지나지 않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50대도 젊은층처럼 옷을 입을 수 있다는.연령파괴'가확산되면서 결국 미시는 .거품'처럼 빠져버렸다는 것이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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