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서핑차이나] 일본 한자 중국어 침입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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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들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얼핏 봐선 아무 관계 없어 보이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이 만든 한자라는 점이죠.

지난달 7일 일본의 영자지 재팬타임스에 미국인 저널리스트 마크 슈라이버씨의 ‘일본한자의 중국어 침략’ 칼럼이 실렸습니다.

일본의 메이지 시기(1868-1912)동안 수많은 서구의 지식과 문물들이 일본인들에 의해 한자로 번역됐습니다.
이것들을 일본인들은 ‘화제한어(和制漢語)’라고 부릅니다. 중국에서는 ‘일본한어(日本漢語)’라고 번역합니다.

‘중화인민공화국’, ‘일당독재정권’, ‘고급간부지도사회주의시장경제’
아이러니컬하게도 현재 중국에서 많이 쓰는 이 세 용어 가운데 ‘중화’ 두 글자를 빼면 나머지는 모두 ‘메이드 인 재팬’입니다.

중국어 속의 외래어를 연구하는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과거에는 산스크리트어나 페르시아어가 주였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현재 중국어 속에 일본한자가 약 1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특히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 용어 가운데 약 70%가 일본한자라 합니다.

또 영어를 한자로 번역하면서 중국의 전고를 차용한 것도 많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경제(經濟)가 대표적입니다. 위나라를 세운 조비(曹丕)가 말한 ‘경세제민(經世濟民)’을 빌어 economy를 번역한 것이죠.

이 칼럼은 “일본의 메이지 시기(1868-1912)에 수많은 서방 지식이 한자로 번역돼 중국이 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일본의 이런 작업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중국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라는 일본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중국인 교사의 편지를 받았다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칼럼의 끝도 그 교사의 다음 문장으로 끝납니다. “한자의 기원은 비록 중국일지라도 우리 중국은 ‘화제한어’ 덕에 세계를 알고 배우게 됐다. 나는 더 많은 중국인들이 일본의 이런 면도 알았으면 좋겠다”

이 칼럼은 중국어로도 바로 번역돼 수많은 중국 언론사이트에 게재됐습니다.
번역된 기사에 중국네티즌들의 댓글이 하나도 안붙었다는 점도 특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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