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 개선 총력 올해 경제정책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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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해의 경제운영 목표가 워낙 틀려나갔음인지 올해는 정부태도가 사뭇 달라졌다..경제운영방향'이라는 이름표부터.경제정책방향'으로 바꿔 달았다.제시한 주요 경제전망치만 봐도 정부가 민간연구기관들보다 더 긴축지향적으로 설정한 것은 매 우 예외적인 일이다. 성장을 6.0%내외로 잡은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5%대의 저성장도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내 토의과정에서 청와대측은.고용 문제를 감안할 때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이견을 제시했으나.국제수지 개선이 최우선 과제'라는 재정경제원안이 결국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정경제원 고위 관계자는“올해 성장률을 6%내외로 결정하는 과정도 어려웠지만 이같은 정부 방침을 계속 끌고가는 것이 더 어려울 것같다”고 털어놓았다.정치권으로부터의 압력에 대한 우려다.역시 올 경제의 가장 큰 복병은 현재 진행형인 노사관계와 고용불안이다.지금의 고비를 넘기더라도 봄철 임금.단체 협상의 큰 고개를 넘어야 한다.실업률이 3%에 육박하면서 피부로 심각하게 느껴지고 중소기업 도산이 이어질 경우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치권으로선 경기부양을 요구 하고 나설 것이며,그때 정부가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불안한 외환시장과 환율 움직임도 경계해야 할 대목인데,사실 뾰족한 방법이 없다.이번 경제정책방향도.환율은 외환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결정되는 여건을 조성'한다는 정도의 원칙 선언에 머물고 있다.더구나 지난해말 1천억달러를 돌파하는등 급격히 불어나는 외채를 두고 멕시코 외환 위기의 재판(再版)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는 터다.
경상적자를 줄이기 위해 위성방송의 신규 채널을 단계적으로 허가하고 신규 종합유선방송국 수도 제한한다는 것은 목전(目前)만생각하는 단기 요법의 대표적인 사례다.
외국산 방송장비 도입은 억제는 수입감소효과를 내겠지만 무궁화위성을 쏘 아올린 뒤 제대로 써먹지도 못한 채 매일 1억원씩 공중에 날리는 상황은 어쩔것인가.
경상적자 축소 방안으론 이밖에도 ▶무자격 미성년자의 자비 유학행위를 철저하게 관리▶연예.체육.학술세미나등 외화를 많이 쓰는 대규모 행사를 주최하거나 참석하는 행위를 자제하는 분위기 조성▶나라밖 교육.문화.종교단체에 대한 증여성 송 금한도 축소등 생각할수 있는 모든 방안들을 망라했다.
무역금융 단가 인상이나 수출선수금 영수한도 확대는 수출촉진을겨냥한 부양정책이다.그러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세제지원대책은 과연 어떤 효과를 낼지 의문이다.그동안 용케도 시장개입을 자제해 온 정부가 더 이상 못견디고 드디어 직접 개입을 재개한것이다. 정부의 경상경비 절감방안은 보고 과정을 거치면서 갈수록 불어났다.재경원은 당초 8천억원 정도로 생각했다.그런데 청와대 중간보고 과정에서 숫자를 단순화하고 좀더 강력한 의지를 보이라는 주문이 나왔고,7일 대통령이 1조원으로 발표했다 .1주일 뒤 경제정책방향을 보고하면서 1천억원이 추가됐다.
지난해 9월부터 한달 주기로 잇따라 경제대책을 내놓았어도 별무 효과였던 현 경제상황에서 이번에 발표된 또다른 처방전이 과연 어떤 효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당장 발등의 불인 파업문제가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올해 경제의 판 자체가 완 전히 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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