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본 경제] 경제활동 인구 18%가 신용불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빚의 3%만 우선 갚고 신용불량자 딱지를 뗀 뒤 나머지는 다시 대출받아 8년까지 나눠 갚을 수 있는 신용회복 지원 대부기관(배드뱅크)이 20일 출범한다. 금융회사에 진 빚을 배드뱅크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에도 배드뱅크를 설립한 것은 신용불량자 문제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이다.

개인 신용불량자 382만5269명을 인구구조 측면에서 살펴보자. 한 나라의 인구 구성을 한눈에 알아보도록 만든 성별.연령별 그래프가 인구 피라미드인데, 취업은 물론 결혼 등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 신용불량자 때문에 그 모습이 오그라들었다.

신용불량자가 가장 많은 계층은 30대 남성으로 72만4817명에 이른다. 한창 일할 나이에 다섯명 중 한명꼴(16.5%)로 힘들게 지낸다. 30대 여성도 열명 중 한명 꼴(10.2%)로 신용불량자다. 가정을 이끌며 돈쓸 데가 많은 40대 이상 남성의 경우 117만8122명이 신용불량자로 전체의 13.4%에 해당한다.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도 결코 신용불량자란 멍에에서 자유롭지 않다. 30대와 40대 이상 연령층보다 비중은 낮지만 각각 9%대인 남성 37만9748명과 여성 34만9947명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좌절을 맛본다.

이들은 우리 사회를 먹여살리는 생산가능 인구(15~64세)의 핵심이다. 그 연령층의 9~16%가 정상적 경제활동을 못한다는 것은 당사자의 고통은 물론 사회적 손실비용이 막대함을 보여준다. 특히 신용불량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각 연령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전업주부와 학생, 최근 일주일 동안 구직(求職) 활동을 한 적이 없는 경우 등 비경제활동 인구를 뺀 경제활동 인구(취업자 + 실업자) 중 신용불량자 비중은 15~18%로 더욱 커진다.

선진국들은 인구구조가 종(鐘)의 모양을 이루면서 20~40대 연령층이 많을 때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뤘다. 그런데 지금 우리 현실은 그 상당수가 멍든 채 제 구실을 못한다. 이들을 내버려두어선 경제성장도, 사회통합도 어렵다.

남편 때문에 아내까지, 부모 때문에 자녀까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지경이니 내수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궁한 나머지 5000만원 미만 채무자에게는 털고 가도록 한번 기회를 주자는 생각에서 나온 게 배드뱅크다. 배드뱅크가 손상된 인구 피라미드를 일부라도 복원해 '굿뱅크(Good Bank)'구실을 하길 기대한다.

양재찬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