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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6.25때 한반도에 원폭투하검토-美국방부 극비문서공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미국은 한국전(6.25)이 발발한지 2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1950년 7월7일(워싱턴 일자)부터 원자폭탄 사용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이 개전(開戰)이후 원폭 사용 여부를 검토한 사실은 이미공개됐으나 검토작업에 착수한 구체적인 일자가 알려지기는 이번이처음이다.
또 미국은 원폭을 사용,북한군을 38선 이북으로 격퇴시키는 1차목표를 세우는등 한반도에 원폭을 직접 투하할 생각까지 했었다는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다.지금까지 미국이 고려했던 원폭 투하 대상지역은 한국전에 참전한 중국군의 병력과 물 자가 집중된만주지역등으로 알려졌었다.
이같은 사실들은 중앙일보사 현대사연구팀이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서 단독 입수한 미 국방부 극비문서에서 밝혀졌다.
한반도에 원폭 투하 여부를 검토한 부서는 미 육군참모총장 휘하의 작전참모부와 정보참모부.작전참모부는 50년 7월7일 정보참보부에 보낸.군사작전 091 한국'이라는 1급비밀 서한에서▶북한 공산군을 38선 이북으로 격퇴시키고▶북한군을 38선 이북에 확실하게 붙잡아 두며▶유엔군의 북한 점령을 지원하기 위해 원폭을 사용할 경우 소련을 포함한 전세계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다.
정보참모부는 50년 7월13일 작전참모부에 보낸 답신에서 ▶한국에서 원폭을 사용할 경우 서유럽국가등 친미(親美)국가들과의관계가 악화될 것이다▶정치적 입장과 선전적 차원에서 소련에 유리해진다▶소련 군부가 원폭 투하에 대해 어떤 반 응을 보일지 예측할 수 없다▶논쟁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상황에서만 원폭을 사용해야 하는데 한국은 현재 그와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고 볼 수 없다는 네가지 이유를 내세워 원폭 사용에 반대했다.
특히 정보참모부는“서유럽국가들은 한반도에 원폭을 투하할 경우소련이 자기 나라의 수도를 원폭으로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원폭 사용을 맹렬히 반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또“소련은 미국이 한국인들에 대해 원폭을 사용했듯이 세계 어느 나라 국민에게도 원폭을 사용할 것이라고 선전함으로써 미국의 잔인성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보참모부는 이 답신에서“한국에서 모든 미군을 구출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경우에는 원폭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그후 50년 10월 중국군이 전쟁에 개입하자 다시 미군부 일각에서는 원폭을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국가들의 강력한 반대 등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이동현 현대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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