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그네" 뮤지컬로 재탄생-내달 14일 막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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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80년대 실험극장 연출가로 명성을 날리던 윤호진(49)이 뮤지컬로 급선회한 것은 90년대에 들어서였다.
저명한 연극연출가에서 명성과 부를 함께 가져다 주는 뮤지컬로인생길를 바꾸게 된데는 그만의 계산이 있었다.80년대 중반 미국 유학시절 뉴욕 브로드웨이를 견문(見聞)하고 난뒤“이것만이 살길”이라는 판단에서다.당시 그는 뮤지컬의 엄청 난 상업적 성공에 놀랐고 우리 무대에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단히 고무적이었다.
마치 동랑 유치진 선생이 50년대말 록펠러재단의 도움으로 서구를 돌아보고 와서“이제는 뮤지컬을 해야 한다”고 역설하던 그런 각성과 맞먹는 충격이었다고 그는 술회했다.
93년 그는 이런 충격을 가시화하는 성과를 올렸다.국내에선 선구자격인 뮤지컬 전문극단 에이콤을 창단한 것이다.최종 목표를비운의 명성황후로 잡고 작가 이문열에게 희곡을 맞겨 꼭 3년뒤뮤지컬.명성황후'의 완성을 보았다.무거운 역사 물이란 약점을 극복하고 관객동원 10만명의 대성공이었다.
그가 다시 대작 뮤지컬에 도전한다.일종의.습작'이었던.아가씨와 건달들'(94)..스타가 될거야'(95)를 거쳐.명성황후'로 절정을 이뤘다면 그의 네번째 작품인.겨울 나그네'는 완숙미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이 미 10년전개봉된 영화와 TV드라마로 낯익은.겨울 나그네'는 대중취향의 작가 최인호 소설이 원작이다..겨울 나그네'의 제작비는 무려 10억원.공동제작자인 예술의전당과 5억원씩 반반 부담한다.“지난 4년간 당초 목표를 초과달성했다” 고 밝힌 그는“이 작품을앞으로 고정 레퍼토리로 만들어 동남아등 세계무대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뮤지컬의 스토리라인은 원작소설에 충실하다.대학 캠퍼스에서 만나 첫사랑에 빠지는 민우와 다혜등 70년대 청춘남녀의 서사적 연가(戀歌)가 줄거리.
그러나 엇갈린 사랑과 비극적 죽음이 관객에게 비장감을 느끼게한다.이런 분위기를 증폭시키기 위해 슈베르트의 연가곡.겨울 나그네'의 선율이 주조로 쓰인다.김건모.김원준의 히트곡을 만들었던 작곡가 김형석은 전체음악의 톤을 발라드풍으로 짤 계획.
이번 공연을 위해 무엇보다도 신경을 쓴 부분이 무대장치다.스물네번이나 장치변환이 이뤄지며 민우의 마지막 자살장면에서는 7높이의 절벽에서 실제 자동차가 추락하는 장면을 연출한다.오페라극장 무대에 정통한 박동우의 깔끔한 무대미술은 이 미 정평이 나있어 구경거리가 될만하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탤런트 서창우와 윤손하가 각각 민우와 다혜로 출연,뮤지컬에 처음 도전한다.이밖에 영화배우 김진아와 가수 임희숙도 비중있는 역을 맡는다.2월14일~3월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평일 오후7시30분,수.금 오후3 시.7시30분,토.일 오후3시.6시(월 쉼).02-580-1234.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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