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브이 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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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네 이름이 뭐야?” 길세가 허옇게 드러나 있는 여자의 어깨살을 손가락으로 슬쩍 찔러보며 물었다.
“옥정이.” 여자가 두 팔을 양 옆으로 활짝 펴며 빙그르르 한바퀴 돌았다.양 겨드랑이의 검은 털이 말라붙은 딱지처럼 보였다. “나이는?” “스무 살.” “우리 누나 나이네.” “자,저 건물 한번 들어가보고 우리 비트로 돌아가자.옥정이 정신감정을 해야 하니까.” 기달이 건수가 생겨 신이 난다는 듯 휘파람을 휘 불면서 단원들을 데리고 맞은편 사층 건물로 들어갔다.일층은 미장원,양복점,시계방,금은방,횟집들이 들어 있던 흔적들이여기저기 널려 있었고,이층과 삼층은 각각 교회로 쓰이던 곳이었다. 이층 교회는 장로교 계통이었고 삼층 교회는 감리교 계통이었다.그래서 삼층 교회 교인들이 계단을 밟아 자기 교회로 가기위해서는 이층 교회의 유혹을 뿌리쳐야만 하였다.처음으로 교회에한번 다녀볼까 하고 건물로 들어섰던 사람들은 이층 교회와 삼층교회의 줄다리기 속에서 곤욕을 치르기도 하였다.
이층으로 들어선 니키 마우마우 단원들은 여기가 교회였다는 사실로 인하여 조금은 진지해졌다.하지만 교회의 흔적은 벽면을 따라 길쭉하게 걸려 있는 찢어진 플래카드 천의 성경 구절과 시멘트 바닥에 떨어져 어지럽게 널려 있는 헌금봉투와 주보 용지들 이외에는 거의 없는 편이었다.성경 구절은 플래카드 천의 아랫부분 왼쪽이 한 무더기 떨어져 나가 있어 이상한 문구로 변해 있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누구든지 저를 믿으면 멸망을 얻으리라.히히히.” 용태가 그 구절을 소리내어 읽으며 키득거리다 말고 대명을 돌아보며 물었다.
“야,세례교인,저기 무슨 글자가 빠진 거야? 나도 주일학교 다닐 때는 저 구절 외운 것도 같은데.” 중학교 1학년때 벌써세례를 받았다는 대명이 그 구절을 속으로 외워보고는 대답했다.
“.치 않고 영생을'이 빠졌네.영생이 떨어져 나갔어.” “교회가 저렇게 찢어진 플래카드 꼴이니 영생교가 생길만도 하지.이교회도 원래 개척했던 목사가 프리미엄 받고 다른 목사한테 팔아먹었다며? 교인들도 도매금으로 넘기고 말이야.” 이 마을에 산적이 있어 동네 사정에 밝은 우풍이 투덜거렸다.
글 조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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