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저항 거세자 勞측 편들기-돌아선 국민회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국민회의가 노동계 파업에 적극 대처 방침을 정하고 나섰다.그간 파업확산을 우려하는 경제계와 범국민대책위 동참을 요구하는 노동계 사이에서 망설이던 입장을 벗어나는 모습이다.
한편으론 민주노총에 대한 파업 자제를 촉구하면서 신한국당의 노동관계법 개정안 날치기처리에 대한 무효화 투쟁으로 일관해온 양비론적 태도를.노동계 싸안기'쪽으로 무게중심을 다소 옮겼다.
10일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을 단장으로 하는 부총재단.
주요당직자등 항의방문단을 이수성(李壽成)총리실로 보냈다.
방문단은 이 자리에서 파업주동자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등 정부의 강경대응 자제와 노동관계법 재개정,영수회담 개최등 3개항을요구했다.이에 대해 李총리는 “노동관계법의 무효화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영수회담은 어렵다”는 거부의 뜻을 전했 다.
국민회의는 이어 특보단 간사인 문희상(文喜相)전의원과 유선호(柳宣浩).정세균(丁世均)의원등 의원 6명을 재야노조의 범대위(汎對委)가 농성중인 명동성당으로 보내 권영길(權永吉)민주노총위원장과 면담을 가졌다.
文간사는 “15일 이전 눈에 띄는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혀 총파업이 시작되는 14일 이전 모종의 입장을 밝히고 이에 따른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밤에는 예상되는 공권력 투입을 저지하기 위해 법사위.내무위.환경노동위 소속 의원들을 성당으로 보냈다.
또 11일부터 당직자 전원에게 파업사태 종료때까지 비상대기령을 내려 만약의 사태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회의가 적극 대처로 방향을 선회한 배경에는 안팎의 정세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선(先)대화를 제의했으나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연두 회견에서 영수회담과 노동관계법 재개정을 완강히 거부함에 따라 입지가좁아졌다.게다가 파업 지도부에 대한 구속방침등 사태는 날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노조의 강한 단결력과 사무직노동자의 파업 참여 확대등 새 노동법에 대한 저항이 예상외로 단단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월급쟁이표에 크게 끌리는 모습이다.
이같은 선회 배경에는 당내 재야.노동계 출신 의원들의 현장보고도 크게 작용했다.임채정(林采正).조성준(趙誠俊)의원등은 명동성당과 한국노총.민주노총 사무실을 계속 방문해 이들의 목소리와 파업 강도등을 분석,전달했다.
趙대행등 당내 온건파들도 “국민들의 총파업으로 확산될 것 같다”며 당 차원의 적극 대처를 김대중(金大中)총재에게 직언했다. 趙대행은“시민운동은 국민보다 반걸음만 앞서야 한다”는 金총재의 말을 인용해“당은 노동계 움직임에 반걸음만 뒤처져 가야 하는데 현재대로 가면 두세걸음 뒤처진다”며 적극 대응을 권고했다. 국민회의는 17일 자민련과 합동으로 개최하는 노동계 사태토론회를 1천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로 치르고,미뤘던 옥내집회도 동시다발로 개최하는등 점차 노동관계법 규탄 강도를 높여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이념공세와 경제계의 반발등을 고려하면 노동계와.생각은 같이,몸은 따로'의 형태를 취해야 한다는게 현재까지의 대세다.

<김현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