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웰빙 … 술 더 마시고 운동 안 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공인회계사인 조항섭(40·서울 행당동)씨는 두 달 전 아내와 하던 걷기를 그만뒀다. 아내가 발목을 삐끗한 데다 회사 생활도 바빠졌기 때문이다. 그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아내와 집 주변 공원에서 한 시간가량 걷곤 했다. 요즘 그는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10시에 퇴근한다. 그가 움직이는 시간이라곤 버스나 승용차를 타러 갈 때뿐이다. 대부분은 앉아서 활동한다.

조씨는 “걷기를 그만둔 지 두 달 만에 몸무게가 2kg이나 늘었다”며 “운동을 시작해야 하는데 시간 여유도 없고 마음도 따라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웰빙과 건강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신체 운동을 하는 사람은 갈수록 줄고 있다. 회사 일 등으로 쫓기는 생활을 하는 데다 각종 편의시설이 늘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 절반, 걷기 운동도 안 해=보건복지가족부가 17일 발표한 ‘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가운데 1회에 30분씩 주5일 이상 걷기를 한 사람은 45.7%로 2001년(75.6%)에 비해 29.9%포인트 감소했다.

몸이 조금 힘들거나 숨이 약간 가쁜 ‘중등도 신체활동’(1회에 30분 이상, 주5일 이상)을 한 사람도 2005년 18.7%에서 지난해 9.9%로 감소했다. 몸이 매우 힘들거나 숨이 많이 가쁜 ‘격렬한 신체활동’(1회에 20분 이상, 주 3일 이상)을 한 사람도 15.2%(2005년)에서 13.2%(2007년)로 감소했다.

김영택 질병관리본부 만성병조사팀장은 “격렬한 신체활동보다 걷기의 감소폭이 큰 것은 일상적인 움직임이 줄었다는 의미”라며 “엘리베이터·화상회의 등 각종 편의시설과 서비스의 이용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은 대부분의 영양소를 권장 기준에 따라 섭취하고 있으나 필수 영양소인 칼슘과 칼륨은 권장 기준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만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트륨은 권장 기준의 3배 이상을 먹고 있다.

◆3명 중 1명 비만, 만성질환도 증가=신체활동이 줄고 식습관은 서구화되면서 성인(19세 이상) 3명 가운데 1명은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비만인 사람은 31.7%로 10년간 5.7%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도비만도 2.3%에서 4.1%로 늘었다.

비만과 관계된 환자도 늘었다. 당뇨병은 2001년 8.6%에서 지난해 9.5%로 증가했다. 이상지혈증(핏속에 나쁜 지방이 많아지는 질환)도 증가 추세다. 고콜레스테롤혈증(핏속 콜레스테롤 함량이 기준치 초과) 환자는 2005년 8.1%에서 지난해 10.8%로 증가했다.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이 기준치보다 낮게 나타나는 질환을 뜻하는 저HDL-콜레스테롤혈증 환자는 1998년 22.2%에서 지난해 47.6%로 2배 이상 급증했다. 흡연과 관련이 있는 만성폐쇄성폐질환(기관지염·천식 등)이 있는 사람은 6명 중 1명(15.7%)이었다. 65세 이상은 3명 중 1명(34.4%)이 이 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김창규·김은하 기자

◆국민건강영양조사=국민의 건강과 영양에 관한 국가 대표 통계로 건강설문·검진·영양조사로 구성된다. 1기(1998년)·2기(2001년)·3기(2005년)에 이어 4기(2007~2009년)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4기부터는 표본을 3배(3만 명)로 늘리고 매년 조사된 결과를 발표한다. 4기 결과는 이번에 처음 발표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