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KAIST식 학생 선발방식 확산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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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국 200개 대학의 2009학년도 정시모집 요강이 어제 발표됐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이제 엊그제 치른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가채점 점수를 따져가며 지원 대학을 놓고 씨름해야 한다. 정시 요강의 특징은 수능 반영비율이 지난해보다 크게 확대됐다는 것이다. 수능 성적만으로 신입생을 뽑는 수능우선선발제의 경우 실시 대학이 11개 대에서 71개 대로 늘었다. 수능이 지난해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바뀌어 변별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학입시가 여전히 1~2점 차이로 당락을 가르는 방식에 매몰돼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식의 계량화된 점수에만 의존하는 선발방식은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는 대학의 경쟁력 강화가 더딜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KAIST가 지난해부터 도입한 심층면접 위주의 전형방법은 한 줄 세우기 입시를 확 바꿔놓을 수 있는 바람직한 모델이다. 이는 면접 배점을 높여 서류 점수가 낮더라도 어느 한 분야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학생을 뽑는 방식이다. 점수 위주의 선발에서 벗어나 인성·창의력·리더십 등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하려는 취지다. 기존의 입시문화를 흔드는 파격이 아닐 수 없다.

대학 전반에 이런 선발방식이 확산돼야 한다. 입학사정관제를 조기에 확산·정착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입학 전문가가 지원자의 환경과 잠재력, 소질을 서류·면접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해 선발하는 것이다. 이런 입학사정관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10개 대학에서 시범 운영한 데 이어 올해 12개 대학이 입학사정관 전형을 도입했다. 이 정도로는 안 된다. 교육 당국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실질적인 제도 확산 노력과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학도 수능·내신 같은 계량화된 점수가 학생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전형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 객관성만을 중시해 점수로만 줄 세우는 입시 풍토는 이제 깨져야 한다. 그래야 고교 교육도 점수 따기가 아니라 학생 개인의 잠재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