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先拂카드 사채시장 유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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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조그만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이모(36)씨는 사업상 급전이 필요했다.신용카드를 갖고 있으나 현금서비스는 이미 한도를 넘었고 생각다못해 명동의 사채업자를 찾았다.
사채업자는 이씨에게 신용카드로 백화점 선불(先拂)카드 1백만원어치를 구입해오라고 일렀고,이를 넘겨받자 82만원의 현찰을 그에게 내주었다.18만원은 선이자로 사채업자가 챙겼다.
신용카드는 사용후 결제일까지 길게는 53일이 걸린다.그러니까이씨는 월 10%이상의 높은 이자를 물고 급전을 구한 셈이다.
이씨의 경우처럼 사채시장에서는 백화점 선불카드가 사채(私債)거래의 매개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
서울시내 일부 구두수선방과 아파트 상가에는 구두업체및 백화점발행 상품권과 함께 선불카드를 싸게 판다는 게시판이 공공연하게붙어 있고 일부 신문에도 이와 관련된 광고가 심심치않게 게재되고 있다.시장관계자는“상품권의 경우 반드시 현 금으로만 살 수있는데 비해 선불카드는 신용카드로도 구입이 가능한데다 현금처럼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사채거래에 갈수록 많이 이용되고있다”고 말했다.
전국 주요백화점들이 지난해 발행한 선불카드는 총1천8백억원어치.업계 추산에 따르면 이가운데 60%인 1천억원이 사채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이처럼 거래규모가 늘어나면서 거래경로도 정형화돼,예컨대 액면가 10만원권의 선불카드를 사채업자는 8만2천원에 사고 여기에2천5백원정도의 마진을 붙인 8만4천5백원에 구두수선방등.소매상'에 넘기면 다시 여기에 1천5백원의 마진을 붙인 8만6천원에 일반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또 주식시장의 시세처럼 매일매일의 거래금액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관계자는“백화점의 입장에서도 선불카드를 팔면 당장 현찰이 들어오는데다 발행돼 나간 시점에서 상품구매로 이어져 회수되는 기간이 평균 5개월이나 되기 때문에 발행물량을 늘리는 것같다”고 말했다.
A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매출신장률이 전년대비 13%인데 비해선불카드 판매신장률은 같은 기간중 1백20%에 이르고 있다.<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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