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반업계도 전문 레이블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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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재즈팬들에게 블루노트나 임펄스등의 레이블 이름은 좀처럼 억제하기 힘든 구매충동을 일으키는 유명상표인 동시에 품질 보증서와같다.잭슨 파이브.스티비 원더.다이애나 로스등을 배출한 모타운의 음반 목록은 그대로 흑인 대중음악의 역사가 된다.이밖에 퓨전재즈의 대명사가 된 GRP,갱스터 랩의 보급기지 데스로등 해외에는 하나의 장르만을 파고들어 일가를 이룬 전문 레이블이 많다.음반 레이블은 의류 브랜드나 가전제품의 모델명처럼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 이미지를 전달하는 상 표.
최근들어 국내 음반업계에서도 한가지 분야,또는 특정 경향의 음악만을 발매하는 전문 레이블들이 생겨나고 있다.장르에 상관없이 다양한 음반을 발매하는 기존 레이블이 백화점과 같다면 이들레이블은 고유의 색깔과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호소 하는 전문점과같다. 지난해 말 엇비슷한 시기에 출범한.헤드뱅어스'와.볼트'는 헤비메탈 전문 레이블을 표방하고 있다..헤드뱅어스'는 문화체육부 등록번호 1호로 국내에선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지구레코드의 레이블.헤비메탈과 랩,전자음향이 혼합된 믹스처 록을 지향하는 그룹.토이박스'와 울부짖는 보컬이 특징인 슬래시 메탈그룹.사두'의 데뷔음반이.헤드뱅어스'란 레이블 이름으로 발매됐다. 또.볼트'는 LG소프트(옛 LG미디어)의 레이블로 발군의연주력을 평가받고 있는 그룹 사하라의 2집 .셀프 에고'와 하드코어 그룹 게임오버의 첫 음반을 냈다.전압의 단위에서 따온 레이블 명칭은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강렬한 이미지가 남는 음악을 추구하겠다는 뜻.
LG소프트는.볼트'와 함께 저예산 음반을 발매하는.인디스'를운영중이다.주로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싱어송 라이터를 발굴,제작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기존 레이블들과의 차별화를 지향한다.대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는 인디펜던트 방식의 개념을 대기업에서 차용한 것이 얼핏 모순된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까지 발매된 프로젝트 그룹.두바퀴로 가는 자동차'와 신인 여가수 임현정의 데뷔음반은 통상적인 음반제작비의 절반 이하로 완성한 저예산 음반이다.
이밖에 삼성뮤직은.樂'이란 이름의 새로운 레이블을 이달말께 출범시킬 예정이다..樂'은 전통 국악.창작 국악과 재즈.월드뮤직등을 포괄하는 크로스오버 음악을 내놓을 계획.첫 작품으로는 여류 보컬 장필순과 색소폰 연주자 이정식의 합작 음반이 출시를기다리고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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