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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淸나라 문명조명 '자금성展' 연일 수천명 인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지난해 11월부터 오는 2월말까지 파리 프티팔레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자금성전(展)'은 연일 수천명을 헤아리는 관람객이모여드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중국 황제의 공공생활과 개인생활 1644~1911'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전시는 청나라 황제들의 의복이나 집기류에서 당대 유명화가의 그림같은 순수 예술품.일상 용품.공예품등 1백57점의 전시품을 통해 당시 황실생활의 구체적인 모습 을 보여준다. 대형 사진과 멀티슬라이드쇼 모형물로 제작된 자금성이 배치돼 있는 전시장내에 흐르는 전통음악과 함께 자금성의 과거와 현재를 보고 들으며 서서히 옛 황실의 문을 열고 역사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첫 전시실에는 황제의 갑옷과 말안장,용이 장식돼 있는 검과 각 군단의 군복이 전시돼 있다.갑옷은 치마모양의 하의와 조끼모양의 상의,상의와 분리돼 팔을 보호하는 부분,어깨에 두르는 부분으로 구성돼 있으며 투구는 따로 쓰도록 돼 있다 .
황제의 모습은 공식 초상화를 통해 보존돼 있다.8세때 황제에등극한 강희제(康熙帝)가 초로의 나이에 들었을때 그려진 초상화를 비롯,황제와 황후의 공식초상화가 5~6점 전시돼 있다.정면을 향하고 있는 구도나 황제의 상징인 황금빛 노 란색의 사용,용문양등 오랜 전통을 답습,보존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중국에 왔던 외국인 선교사들이 남긴 황실의 기록화들.특히 18세기초 황제의 측근으로 50여년간 중국에서 생활한 주세페 카스틸리오네(1688~1766)가 그린 말탄 건륭제(乾隆帝)의 대형 초상화(3백22×2백32㎝)에는 서양식 사실주의에 따르는 채색법.원근법이 중국의 화법과 혼합돼 있어 작은변화의 징후를 느끼게 한다.
이번 전시기획에 참여한 프티팔레 박물관의 큐레이터 도미니크 모렐은“송이나 명대에 비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던 청대의 문화를 재조명하는 최초의 대형 전시”라고 소개하고“이렇게 많은 수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게 된 것이 전시를 성공적 으로 이끈 최대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시장 밖엔 관람객들이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이들은 전시를 보고 중국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저임금의 노동력으로 .메이드 인 차이나'가 전세계의 저가상품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지만.메이드 인 차이나'가 마구잡이 싸구려 만은 아닐 것이라는 막연한 경외심이 생기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중국의 문화를 보려고 모여드는 이 사람들이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이런 저런 생각과 함께 지난해 10월 파리의 현대미술견본시장인 FIAC에 한 국이 초대국으로 15개화랑이 참여했을 때도 파리 최대의 기획전시장인 그랑 팔레 전시장에선 일본 나라(奈良)시의 불교미술전이 성황리에 개최돼 온 도시에 일본 전시포스터가 깔려 있었고 언론에서도 이 전시를 극찬했던 기억이 났다.
그 당시 현지 언론은 한국 미술에 대해.파리에 온 한국의 돈'으로서는 관심을 보였지만 막상.5천년 문화전통을 바탕으로 피어난 현대 문화로서의 한국미술'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어느 언론인도,어느 평론가도 한국의 문화에 대해선 전혀모르고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이것을 그 사람들의 무지의 소치로만 돌리고 말 것인가.
이번 자금성전도 프랑스 외무부 산하 해외예술활동협회(AFAA)가 주관하고 중국에 진출한 프랑스 기업의 재정적 후원을 통해이뤄졌다.
이런 전시가 양국의 경제관계를 공고히 하고 나아가서는 국가간우호증진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이런 맥락에서 이번자금성전과 같은 전시는 정말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올해가.문화유산의 해'로 지정돼 많은 사업이 계획돼 있다고 듣고 있다.정말로 반가운 일이다.다만 이 모든 일들이 단기적인 집안 잔치가 아니라 국가의 백년지대계에 밑거름이 될 수있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사업이 되길 우리 모두가 기 대해본다. [파리=김정화 서울대강사.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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