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 TBC 통폐합 사전작업으로 80년 월간중앙 폐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1980년 계엄사령부 보도검열단에 서 언론 검열을 담당했던 전직 장교가 당시 상황을 기록한 비망록을 공개했다. 17일 발매된 월간중앙 12월호는 당시 보도검열단에서 일했던 위영일(59)씨가 80년 1월 4일부터 6월 14일까지 166일간 기록한 검열일지를 인용, 보도했다.

위씨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사북사태의 현장 화보 등 노동 관련 기사가 실린 그해(80년) 월간중앙 6월호는 내가 ‘가(可)’ 판정을 내려 발매된 직후 전량 회수됐고, 다음 달인 7월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됐다”고 말했다. 또 “당시 보도검열단 안에서는 ‘TBC(동양방송)가 신군부 실세에게 밉보여 얼마 후면 없어질 것이다. 월간중앙 폐간은 그 사전작업일 수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고 증언했다. 월간중앙은 80년 신군부에 의해 폐간됐다가 8년 만인 88년 3월 복간됐으며 올해 창간 40주년을 맞았다. TBC는 같은 해 KBS에 통폐합됐다. 위씨는 28년 만에 비망록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나 역시 ‘군정(軍政)’에 희생당한 군인 중 한 사람이었다. 오점이 있는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비망록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위씨는 전방의 정훈장교로 복무하다 79년 10·26 사태 직후 계엄사 보도검열단에 파견됐다. 그러나 문제가 된 월간중앙 6월호 검열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3개월 감봉 징계를 받은 후 인사상 불이익을 받다 결국 군생활에서 밀려나 전역했다고 월간중앙은 보도했다.

박미숙 월간중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