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72석 거대 여당 … 일처리는 여소야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나라당은 원내 172석의 정당이다. 1990년대 3당 합당 이후 처음으로 개헌 선(재적 의원 3분의 2·200석)에 육박한 거대 여당이다. 숫자로는 여대야소(與大野小)다. 현실은 그러나 ‘거여(巨與)의 힘’과는 거리가 있다.

18대 국회 개원에만 석 달 가까이 소요됐다. 지금껏 처리한 안건이라곤 추경안과 부수 법안, 그리고 가축전염병예방법안 정도다. 예산안과 수백 건의 법안을 두고 여권에선 벌써 “몇 건이나 처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토로가 나온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정치권에선 “실제론 여소야대(與小野大)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3선의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은 “(한나라당이) 100명 내외만 움직이는 정당 같다”고 진단한 일도 있다. 나머지 100명 가까이는 방관자이거나 소극적 반대층이란 얘기다.


◆갈라진 여권=한 친이계 중진이 근래 친이계 의원들과 비공개 식사를 했다. 그는 회동 사실을 묻는 기자에게 “박쪽(친박 진영)은 더 자주 만난다”고 항변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당내 의원들과 회동할 때였다. 참석자들은 최종 목적지를 모른 채 만나 차를 갈아타고 가야 했다. 한 참석자는 “007 미팅(접선하듯이 만나는 방식)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요즘 한나라당의 물밑 풍경이다. 여전히 세 결집 중이다. 당내 유행어도 ‘월박(越朴, 친이였다가 친박으로 바꾼 경우)’ ‘주이야박(晝李夜朴, 낮에는 친이 밤에는 친박)’ 등 계파와 관련된 것들이다. ‘월박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난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차기엔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려 한다”고 명분을 대기도 한다.

친이-친박 간 갈등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근래 수도권(친이)-지방(친박) 간 갈등이 중첩되면서 더 노골화됐다. 청와대 권력과 여의도 권력,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문제도 맞물려 있다. 반면 인적 교류나 소통의 노력은 덜하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도와야 한다”(친이), “공개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게 돕는 것”(친박)이란 해묵은 아전인수식 주장만 있을 뿐이다. 여권 관계자는 “결속력이 뛰어난 친박 진영이 팔짱 끼고 있는 상황에서 당이 정국 주도권을 갖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청와대의 미숙한 정국 관리”= 과반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친노(친노무현)-반노(반노무현)로 갈려 싸운 건 이념적 갈등 탓이 컸다. 친노는 진보, 반노는 보수 색채가 강했다.

한나라당 사정은 다르다. 친이든 친박이든 보수 색채다. 그러나 근래 종합부동산세나 수도권 규제 완화를 두곤 갈라져 싸운다. 여권에선 “이념적 갈등으로 번지지 않을 만한 사안을 그렇게 만들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정책을 마구 쏟아내는 건 청와대의 이슈 관리 능력 부재”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직도 여의도 정치의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당 지도부 대한 불만도=이달 초 농수산식품위의 관련 법안을 다루는 자리였다. 논의를 주도하던 홍준표 원내대표가 자리를 뜨자 박희태 대표가 한마디 했다. “자, 이제 홍 원내대표가 나갔으니 마음 편하게 얘기들 해 보세요.”

당 지도부에 대한 내부 불만도 크다. 의견 수렴 없이 밀어붙인다는 인식이다. 당 지도부 간 불협화음도 들린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홍 원내대표의 포퓰리즘과 임태희 정책위의장의 애매모호함이 문제”란 지적도 했다.

고정애 기자

[J-HOT]

▶박근혜 성공 뒤엔 '바른생활 공주님' 이미지 있어

▶'시속 320km 충돌에도 안전' 폭 99cm 자동차

▶"내가 아버지"라 말도 못한 故 최진실 부친 알고보니

▶아이들과 시간 보내고 싶어 KBS 아나운서 포기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수수께끼 풀렸다

▶MB 돌발질문에 "수준이 그 정도 밖에 안되느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