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 재킷의 힘 … 서희경 뒤집기 5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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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시즌 5승을 거둔 서희경(하이트)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반면 올 시즌 다섯 번째 준우승을 차지한 안선주(하이마트)는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골프는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더니 서희경과 안선주의 승부가 딱 그랬다.

서희경이 16일 제주 세인트포 골프장(파72·6331야드)에서 열린 세인트포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3라운드 합계 14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필드의 모델’ 서희경이 최종 라운드 2번 홀에서 티샷하는 모습. 서희경은 후반에만 6언더파를 몰아치며 안선주에게 역전승, 시즌 5승째를 따냈다. [KLPGA 제공]


우승상금은 6만 달러(약 8400만원). 서희경은 KLPGA투어와 유럽여자골프투어(LET)를 겸한 이 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앞으로 3년간 유럽여자투어 전 경기 출전권까지 보너스로 받게 됐다. 반면 1라운드부터 3라운드 중반까지 줄곧 단독 선두를 달리던 안선주는 54홀에서 단 1개의 보기도 범하지 않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치고도 무섭게 치고 올라온 서희경에게 역전을 허용, 2위(합계 12언더파)로 내려앉았다. 서희경의 ‘퍼팅’과 ‘뚝심’이 안선주의 ‘장타’를 누른 경기였다.

전날까지 선두에 1타 뒤진 2위를 달렸던 서희경은 마지막 날 안선주·나다예와 함께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펼쳤다. 전반 9홀을 마칠 때만 해도 역전은커녕 2위를 지키기도 어려워 보였다. 전반 홀에서 보기 1개와 버디 1개를 맞바꾸면서 타수를 줄이지 못해 이 때까지 3타를 줄인 선두 안선주와의 격차가 4타 차로 벌어졌다.

그러나 후반인 10번 홀(파5)부터 극적인 드라마가 시작됐다. 서희경은 10, 11번 홀에서 연속 버디로 추격의 불씨를 댕긴 뒤 15~18번 홀에서 4연속 버디로 승부를 뒤집었다. 후반 9홀에서만 버디 6개를 잡아내는 무서운 집중력이 돋보였다.

파3인 16번 홀, 내리막 10m 버디 퍼팅이 결정적이었다. 서희경은 이어 17번 홀에서 홀 30㎝ 거리에 공을 떨어뜨린 뒤 가볍게 버디로 연결시켜 마침내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반면 51번째 홀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며 시즌 2승을 눈앞에 뒀던 안선주는 17번 홀에서 티샷을 그린 앞까지 보내 놓고도 퍼팅 실수로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서희경은 “승부는 후반에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7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낸 뒤 퍼팅 감각이 돌아왔고, 그 결과 후반에도 자신 있게 퍼팅을 할 수 있었다”며 “개막 이틀 전 묵직한 퍼터로 바꾼 것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서희경은 또 “올 시즌 벌써 5승을 거두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며 동료인 홍란(먼싱웨어)과 후배 신지애(하이마트)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지난 7월 (홍)란이가 빌려준 챔피언 재킷을 입어본 뒤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린다. 기술적으로 도움을 준 신지애에게도 고맙게 생각한다.”

한편 신인왕 레이스 1, 2위를 달리고 있는 최혜용(LIG)과 유소연(하이마트)은 나란히 9언더파 공동 3위에 올라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두 선수는 시즌 최종전인 ADT캡스챔피언십에서 올 시즌 신인왕을 가리게 됐다.

제주=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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