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더…기쁨더…] “늦어도 35세 전에 출산해야 불임 가능성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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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으로 고통받는 부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늦어진 결혼, 높은 출산연령을 꼽는다. 한 불임 여성이 병원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불임증가 주원인은 노산(老産)=전문가들은 최근 불임이 증가하는 주된 이유로 늦어진 결혼, 높은 출산 연령을 꼽는다. 분당차병원 불임센터 최동희 교수는 “늦어도 30세에는 결혼을 하고 35세에는 아이를 낳아야 불임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며 “불임 치료를 받더라도 35세가 지나면 성공률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실제 부부의 연령이 25세 전후라면 결혼 후 5개월이면 50% 정도가 임신이 된다. 그러나 35세 이후부터는 임신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38세가 넘어가면 기형아 출산, 임신중독 등 위험 요인이 많아진다. 나이가 많아지면 자궁근종, 자궁내막종 등의 질환발생 확률이 높아져 임신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현대인의 스트레스도 문제다. 바쁜 직장생활로 부부관계가 줄면 가임기를 놓칠 수 있다.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은 생식능력을 떨어뜨린다.

불임을 해결하려면 부부가 함께 원인을 찾아야 한다. 불임은 보통 남성 측 원인이 40%, 여성 측이 40%, 부부 양측이 20%로 나타난다. 불임클리닉에 가면 여성은 생리주기에 따라 여러 가지 검사를 받는다.

먼저 생리 시작 2, 3일째에 받는 호르몬 등 난소 기능검사, 생리 끝난 지 2, 3일 후에 하는 나팔관 검사 등을 받는다. 경우에 따라 배란 직전 자궁 점액검사, 배란 당일 성관계 후 8시간 이내 시행하는 자궁 점액 검사(정자-자궁점액 간 상관관계 파악), 배란 1주일 후 황체호르몬 검사, 생리 직전 자궁내막 검사 등을 받기도 한다. 거의 마지막 단계로 골반 내부 상태를 확인하는 복강경검사가 있다.

남성은 비뇨기과에서 정액검사를 통해 정자의 숫자·운동성·모양 등에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한다. 정자의 숫자가 많아도 운동성이 떨어지거나 모양에 문제가 있으면 난자와 결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임시술 어디까지=국내에서 처음 시험관 아기가 태어난 지(1985년)23년이 지난 현재 불임치료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학계에서는 최근 국내 의료기관의 불임치료는 성공률이 50%를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신 치료 기술은 난자·정자·수정란의 발달을 위한 배양법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정자나 난자 형성이 전혀 되지 않는 환자, 자궁 이상으로 착상이 안 되거나 선천적인 유전 질환을 가진 환자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암에 걸려 방사선이나 약물 치료를 받는 환자도 정자, 난자, 정소 조직, 난소의 조직을 냉동 보관한 후 치료를 끝낸 후 아기를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치료법이 발전했다.

일반적인 불임 환자는 호르몬 주사로 과배란을 유도하거나 남편 정액을 외부에서 인공적으로 자궁에 주입하는 ‘인공수정’ 등 비교적 간단한 치료법으로 임신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도 여성이 젊을수록 성공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인 방법이 실패한 경우에는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을 수 있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과배란을 통해 얻은 여러 개의 난자와 따로 추출한 남편의 정자를 체외에서 수정시켜 여성의 자궁 속에 다시 넣는 방법이다. 보통 첫 시술 땐 2~3개 정도의 수정란을 넣어 임신을 시도한 뒤, 실패하면 숫자를 늘려 재시도한다. 시험관 아기 중에 쌍둥이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시험관아기 시술 성공률은 30~40% 수준으로, 시술을 많이 받으면 대부분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정자나 난자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자궁내막의 손상이 심한 경우에는 이 방법으로도 임신이 어렵다. 또 인공유산을 경험한 여성은 불임 가능성도 커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불임 부부 얼마나=정부는 불임 부부가 140만 쌍인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불임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는 16만4583명으로 2002년(9만4201명)의 두 배에 육박했다. 이 때문에 불임 시술 건수도 2005년 2만1154건에서 지난해 3만57건으로 늘었다.

전현희(민주당) 의원은 “보건복지가족부는 내년부터 시술비 지원 횟수를 2회에서 3회로 확대하고, 기초수급권자 지원액을 270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전체 지원건수는 1만7539건에서 1만5873건으로 감소할 전망이기 때문에 불임부부를 위한 지원액과 지원 횟수를 모두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학계에 따르면 자연임신으로 쌍둥이 이상 다태아가 태어날 확률은 0.43%에 불과하다. 체외수정 시술을 하면 다태아 확률이 크게 증가한다. 2006년 정부의 불임부부 지원사업으로 출생한 시험관 아기 5484명 가운데 다태아는 34%(1603명)나 됐다. 지난해 한국의 쌍둥이 출생아 수는 1만3537명으로 전년에 비해 2707명 늘었다. 전체 신생아 가운데 쌍둥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1.8%에서 지난해 2.7%로 크게 늘었다.

도움말 주신 분=포천중문의대 차병원 불임센터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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