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年頭기자회견 담긴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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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7일 연두 기자회견을 통해 마지막 집권1년간의 권력누수현상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경제쪽에 무게중심을실으려는 구상을 드러냈다.
이런 기조는 예상됐던 일이긴 하다.대선논의의 자제를 요청한 것은 경제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金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것이다.그렇지만 다른 측면에선 권력장악력의 약화를 차단하려는 의중이 표출된 대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럼에도 金대통령은“취임초 열정으로 팔을 걷겠다”며 경제회생의 결의를 여러번 표시,경제악화의 심각함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따라서 金대통령의 남은 1년임기중 7월까지의 국정운영은 경제살리기를 위한 정책수단을 내놓고 밀어붙이는 모 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 제시한 금융개혁위원회는 은행 문턱에 급격한 변화의 바람을 예고했다.공공부문 1조원 예산절감 다짐이.허리띠 졸라매기'의 국민적 운동으로 확산될 것을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金대통령은 경제회복의 핵심요소로 기업의 활력회복을 들었다.청와대 관계자는“金대통령의 경제관과 노사관이 바뀌었다는 선언적 의미가 있다”고 풀이했다.
다만 경제위기의 한 요인을 미국경제 어려움의 연장선상에서 본듯한 답변은 현재 경제난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못한 것이라는 지적이다.이는 자칫 처방의 방향을 뒤틀리게 할 수 있다.
또다른 국정운영의 틀로 내놓은 안보.대북(對北)문제는 신중한흐름이 예상된다.金대통령은 김정일(金正日)과의 정상회담 문제에대해“북한은 불확실하다.현시점에서 할 얘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의 개선보다 북한 붕괴등 돌출상황에 대비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관계자들은 관측하고 있다.
당정개편 계획이 없다는 언급은 대선논의의 촉발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또한 이수성(李壽成)국무총리를 차기 후보군(群)에서 제외한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金대통령은 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중립 입장을 취하지 않고 특정후보를 지지하겠음을 시사했다.여기에는 신한국당 대선주자를 자신의 구도에 따라 내놓겠다는 강한 의욕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이는 앞으로 당내 갈등을 촉발할 수■있는 대목이 기도 하다.
경색정국을 여야영수간의 대화로 풀 수 없다면서 두 야당총재가제의한 영수회담을 거부함으로써 독선적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상당기간 대치정국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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