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1주택자도 깎아주긴 해야겠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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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헌법재판소가 정부에 던진 숙제는 딱 한 가지다. 주거 목적의 1주택 장기 보유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덜어주라는 것이다. 헌재는 2009년까지 답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과제는 하나지만 얽히고설킨 문제가 많다. 국회 상황까지 감안하면, 헌재 결정은 종부세 대상을 축소(공시가격 6억원 초과→9억원 초과)하려던 정부 계획을 되돌려 놓을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집 한 채를 10년간 보유하면 80%를 공제한 뒤 종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양도소득세에 적용되는 장기 보유 특별공제를 똑같이 적용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집을 팔 때 한 번 내면 그만인 양도세와 매년 내는 종부세는 성격이 다르다. 재정부 관계자는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옆집과 보유세가 다르면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한 집에 오래 살수록 세금을 덜 내게 되면,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다. 양도세 장기공제도 이런 지적을 받고 있다. ‘헌법 불합치’ 판결로 제도를 고치면서 오히려 위헌적 요소를 추가하는 문제가 생기는 셈이다. 헌재가 1주택자 종부세 경감을 명령하며 ‘주거 목적’을 언급한 점도 부담이다. 남편은 집이 세 채고, 부인은 집이 한 채인 경우 부인이 보유한 한 채를 주거 목적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부부를 연계하면 위헌 판정을 받은 세대별 합산을 다시 하는 꼴이 된다.

적용 시기도 고민이다.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세 가지다. 올해분에 적용, 내년분부터 적용, 내년에 법을 고쳐 2010년부터 적용하는 것이다. 시간이 빠듯하지만 여당은 가능하면 올해분부터 적용하려 한다. 헌법 불합치 판정이 난 조항을 근거로 세금을 물릴 경우 1주택자들의 조세 저항을 부를 수 있어서다.

하지만 국회 사정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 이 때문에 야당의 반대가 집중되는 ‘종부세 부과기준 완화’를 재검토하자는 목소리가 여당에서 나온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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