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난민 지위 첫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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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인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하라는 첫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중국인 5명이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난민인정불허 결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난민은 정치적 이유나 사상의 차이 등으로 자신의 나라에서 박해를 받는 것을 피해 외국에 체류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번 판결에 앞서 한국 정부가 정치·종교·인종 등의 사유로 난민 인정을 한 외국인은 95명이며 국적은 미얀마(41명), 방글라데시(19명), 콩고(13) 순이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게 된 중국인들은 중국 민주화운동을 벌여 온 Y씨(54) 가족 3명과 W씨(59) 등 2명이다. Y씨는 1998년 중국에서 민주당 설립에 참여했다. 2002년에는 중국 관리가 사형수의 장기를 매매한다는 의혹을 서방 세계에 알리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03년 9월 단체관광객으로 한국에 들어온 Y씨는 2004년 6월 중국대사관 앞에서 천안문 사태를 규탄하는 집회에 참가하는 등 중국 정부를 규탄하는 활동을 했다. 이어 한국 정부에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는 난민인정 허가 신청을 했다. 그러나 정부는 2005년 “반정부 활동 때문에 박해받을 우려는 난민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난민 인정 신청을 불허하는 결정을 했다. 대법원은 “Y씨와 뜻을 함께한 중국 민주당원들이 자국에서 체포·구금 등의 탄압을 받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중국으로 강제 송환될 경우 박해받을 공포가 인정된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W씨 등 2명은 2000년 5월 중국에서 ‘중국 민주화 23개 조항’을 발표하는 등 반정부 활동을 했다. 2002년 관광객으로 입국한 W씨는 당시 중국 민주화를 촉구하는 취지로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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