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양쪽에서 다 욕먹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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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프로그램은 공정성이 생명이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주제를 무엇으로 하는지, 누구를 토론자로 부르는지, 사회자가 어떻게 진행하는지 등이 모두 공정성에 영향을 미친다. 조금이라도 주의를 소홀히 하게 되면 제작진의 주관적인 의견이 들어가게 된다.

'MBC 100분 토론'(목요일 밤 11시5분)이 20일로 200회를 맞는다. 1999년 10월 첫 방송 이후 햇수로 5년째지만 토론 문화가 성숙하지 않은 탓에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첫회에선 정부의 중앙일보 탄압 사태를 다루면서 방송 직전 중앙일보 토론자의 출연을 취소하기도 했다. 토론에 참석한 여당 국회의원이 강력히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게 당시 제작진의 설명이었다. 2000년 7월 사회자가 정운영 경기대 교수에서 시사평론가(당시) 유시민씨로 바뀔 때는 외압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2002년 초 손석희(사진)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으면서부터는 다행히 공정성 시비가 많이 줄었다. 손씨는 비교적 치우치지 않게 토론을 이끌어간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토론 중에 별로 개입하지 않으니까 양쪽에서 욕을 먹기도 한다"면서 "기본적으로 사회자의 역할은 토론자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선거와 총선 등 민감한 시기를 앞두고 더더욱 조심한 면도 있다"며 "첨예하게 부닥치는 이슈나 상황이 아니라면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일부에선 토론이 결론을 내지 못하고 말싸움에 그친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토론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문제이지 토론에서 반드시 어떤 결론을 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 "현대 정치에서 이미지 조작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지만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토론 프로그램만큼 조작의 여지가 적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

선거철마다 나오는 정계 진출설에 대해서는 "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여러 번 얘기했다. 단지 방송에 얼굴이 나오고 이미지가 좋다고 정치 참여 얘기가 나온다는 게 어색하다"고 밝혔다. 한편 2대 사회자인 유시민씨의 정계 진출에 대해 제작진은 "방송을 그만두고 1년 이상 지난 뒤 선거에 나간 것까지 문제삼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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