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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북카페] 작은 실수 하나가 1만 명 죽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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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인간이 초대한 대형참사
제임스 R. 차일스 지음, 황현덕·홍창미 옮김
수린재, 510쪽, 2만2000원

 1917년 12월 캐나다의 핼리팩스 항에서는 대폭발이 일어났다. 반경 2㎞ 이내의 모든 건물이 주저앉았고 사망자는 2000명에 달했다. 부상자까지 합하면 피해자는 1만 명을 넘어섰다. 재앙의 원인은 벨기에 구조선인 아이모호와 폭약 등 3000t의 전쟁 물자를 가득 실은 프랑스 수송선 몽블랑호의 충돌이었다. 서로의 진행 신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유에서 빚어진 일이었다.

중국 역사상 가장 큰 인재(人災)로 기록된 반캬오 저수지 붕괴(2만6000여명 사망)도 인근 댐들의 저수량을 감안하지 않은 설계 때문에 발생했다. 상류에 있던 반캬오 저수지에서 쏟아져 나온 물 때문에 주변에 있던 62개의 댐이 차례로 무너져 내렸다.

책은 이처럼 사소한 실수로 발생해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낳은 50여 건의 사건·사고들을 샅샅이 파헤치고 있다. 비행기나 배, 원자력 발전소 등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모든 것들이 단순한 실수 때문에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형틀로 전락한다. 인류 역시 스스로 위험회피적이라고 자처하면서도 끊임없이 사고를 만들어 낸다. 유럽 전역을 방사능 오염 공포로 떨게 만든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건(1만여 명 사망)도 기술자들의 안전규칙 위반 때문이었다. 미국에서는 매년 10만 여명이 의료과실로 숨진다. 그것도 수술 등 복잡한 치료과정 때문이 아니라 환자 차트 오기 등으로 인한 희생자가 이 정도다. 20여 년간 과학·사회 관련 칼럼을 저술해온 저자는 “한 가지 실수만으로는 위기가 닥쳐오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일이 안되려고 보면, 악재에 악재가 겹친다는 얘기다.

책은 단순히 사건·사고들을 나열하고 있지만은 않다. 비료의 원료인 질산암모늄처럼 일상에서 널리 쓰이지만 잘못 다뤄질 경우 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물질들을 소개하면서 사고에 이르는 필요충분 조건들을 쉽고 상세히 설명한다. 심장병 치료제로도 쓰이는 니트로글리세린과 노벨상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과의 관계 등 다양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책 속의 사고 원인은 기업경영 등 다른 분야에도 적용 가능하다. 기업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는 경영 실책 역시 부주의와 단순 착오로 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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