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전자산업 메카 적신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동남아시아에서.전자산업의 메카'로 군림해 왔던 싱가포르가 최근 다국적기업들의 외면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비즈니스 위크 최신호는 이같은.싱가포르의 위기'를 단순한 경기순환의 문제가 아니라 싱가포르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로 진단한다.
지난해 12월10일 컴퓨터회사인 팩커드 벨 NEC는 신설할 아시아지역 컴퓨터 조립공장 입지를 말레이시아의 페낭으로 결정했다.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였던 싱가포르로서는 뼈아픈 패배였다.
이 회사의 림 후아트 셍 아시아 담당이사가 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싱가포르에 공장을 세울 경우 페낭보다 40~50배이상의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고민은 싱가포르를 외면하는 다국적기업이 이 회사만이 아니라는데 있다.지난해 델 컴퓨터사와 디스크 드라이브 제조사인 이오지마의 대형 투자사업을 역시 말레이시아에 빼앗겼고,IBM과 대만의 에이서사는 태국과 필리핀을 투자지역 으로 택했다. 그렇다고 싱가포르가 전자산업을 쉽게 포기할 입장도 아니다.
반도체.컴퓨터.디스크 드라이브등 전자제품은 여전히 석유류를 제외한 싱가포르 수출의 70%를 차지한다.물론 최대의 고용분야이기도 하다.
정부가 내놓은 대안은 전자산업에 대한 대규모 지원이다.지난해9월 자국내 신기술 개발과 다국적기업 유치를 위해 향후 5년간28억5천만달러(약 2조3천억원)에 이르는 지원계획을 발표했다.이같은 노력의 결과 소니의 정밀산업연구소와 루슨트 테크놀로지의 R&D센터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첨단 전자산업에 필요한 우수한 주변설비와 외국인 투자에 협조적인 관료들도 싱가포르가 내세우는 장점들이다.
싱가포르는 변덕심한 다국적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보겠다며 고유 브랜드를 개발하고 몇몇 자국기업의 해외진출을 장려해보기도했지만 높은 세계시장의 벽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결국 전자산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국적기업에 매달릴 수밖 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러한 싱가포르의 전자산업 고수정책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몇몇 전문가들은“싱가포르의 산업정책은 근본적인오류”라며“제조업에서 승산없는 싸움을 벌이기보다 주력산업을 금융이나 통신과 같이 유망한 서비스업종으로 전환할 것” 을 권한다. <최익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