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옥석 가려서 지원할 수밖에” 산업계 “은행이 옥까지 버리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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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도 재원이 한정돼 있어요. 옥석을 가려 지원할 수밖에 없습니다.”(금융계)

“은행이 옥석을 제대로 못 가리고 옥까지 버리고 있어요.”(산업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13일 열린 기업단체장과 금융계 대표들과의 조찬 간담회.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 회장단과 전국은행연합회장, 기업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 등의 은행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실물경제 위기 극복의 지혜를 모으려고 재계와 금융계 리더들이 긴급 회동한 자리였다. 90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는 시종일관 숙연했고, 때론 팽팽한 긴장감도 감돌았다는 후문. 양쪽의 입장 차이가 커서 뾰족한 실천 합의사항은 도출해내지 못했다. “상호 오해가 많이 풀렸다”는 데 의미를 두는 표정들. 다음은 무역협회와 은행연합회가 전한 회의록.

경제단체장·금융계 대표 조찬 간담회가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오른쪽에서 둘째)이 발언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경제단체

▶권홍사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장=“살릴 기업엔 만기 연장과 차환 발행 같은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은행권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0%대로 맞추는 데 필사적인 건 이해하지만 건설업계 숨통을 트려면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중소기업들이 금융 서비스를 받는 데 어려움이 크다. 은행도 어려움이 있지만 더 나은 방안을 찾아 달라. 후순위채 발행에 애쓰는 걸로 아는데 더 충실히 해달라.”

▶조석래 전경련 회장=“수출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여건이 안 된다. 신용장 대출이나 대출 연장이 잘 되지 않아 수출업계의 어려움이 크다.”

▶이희범 무협 회장=“은행은 기업 재무제표만 따지지 말고, 중장기적 비전을 보고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금융계

▶유지창 은행연합회장=“은행장 회의를 통해 중소기업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은행들은 외환위기 이후 건전성과 수익성이 나아졌지만 이번 위기로 다시 나빠지고 있다. 은행도 돈을 빌려 기업에 꿔주는 민간회사라 한계가 있다. 주어진 범위 내에서 룰을 지켜야 한다.”

▶A은행장=“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늘고 있다. 제2금융권이 자금을 회수해 그 부담이 은행으로 넘어오니까 ‘은행이 대출하지 않아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은행은 지급보증을 활용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려 노력한다.”

▶B은행장=“무역금융을 위해서는 해외 은행에서 신용공여한도(크레디트 라인)를 따와야 하는데, 해외 은행들 사정이 어려워 그 한도를 줄이고 있다. 달러 자금 빌리기 어려우니 필요하면 원화로 대출하는 걸 강구하겠다.”

한애란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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