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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빠진 글로벌 증시 ‘반짝 랠리’ 끝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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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세계 증시가 다시 연일 미끄럼을 타고 있다. 미국의 구제금융과 ‘오바마 효과’ 등을 타고 이어졌던 짧은 상승 랠리가 끝났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주 1100선을 가볍게 넘었던 코스피지수는 13일 35.42포인트(-3.14%) 하락해 1088.44로 주저앉았다. 코스닥 지수도 11포인트 내렸다. 아시아 증시도 일본 닛케이지수가 5.25%, 홍콩과 대만도 3~4%씩 내리는 등 경기부양책 효과를 본 중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맥을 못췄다.

하루 전 뉴욕 증시는 다우지수가 411.3포인트(-4.73%)나 떨어지는 등 주요 지수가 5%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유럽 주요 증시도 2~3%씩 빠졌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기록한 저점(다우지수 기준 8175) 을 다시 경신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시장의 공포 심리도 되살아나고 있다. 공포지수라 불리는 뉴욕지수의 변동성 지수(VIX 지수)는 한때 50선 밑으로 떨어졌다가 12일 66.12까지 치솟았다.

불안의 실체는 기업 파산이다. 사정이 어려워진 기업들은 대대적인 감원을 시작했다. 직장을 잃거나 잃을 위기에 처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미국 소비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유통·소매업체들이 한파를 맞고 있다.

11일 미국 2위 가전 유통업체인 서킷시티의 파산보호신청이 서막이다. 하루 뒤 최대 가전 유통업체 베스트 바이는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고, 카드회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35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GE 캐피털 역시 정부에 손을 벌렸다. GM과 포드 등 경제에 대한 파급효과가 큰 자동차업체는 이미 정부 도움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캔터 피츠제럴드의 마크 파도 시장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이번 주말 소비자 신뢰지수가 사상 최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목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비슷하다. 신성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국내에서도 공포가 본격적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다른 건설사라고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13일 거래소시장에서 건설업종은 5.65%나 하락했다. 코오롱건설이 12.4% 내린 것을 비롯해 주로 중견 건설업체들의 낙폭이 컸다. 이미 한 차례 문제를 일으킨 C&우방은 하한가를 기록했다. 건설사에 돈을 빌려준 은행과 저축은행, 증권 등 금융사 주가도 줄줄이 미끄럼을 탔다.

푸르덴셜증권 박형렬 연구원은 “지금은 누가 부실한지 몰라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계기업을 퇴출시켜야 공멸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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