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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구조개선.대선바람 三重苦-새해 한국경제 10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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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장기불황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선거라는 정치적 부담까지 겹쳐 있는 97년 한국경제는 과거 어느때보다 힘겨운 한해가될 전망이다.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우선 무엇이 문제인지부터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새해 10대 경제과 제는 어떤 것들일까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불황속 대선열풍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경기침체가 이어질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경기가 되살아난다는 것도 장담하기 어렵다.관변 연구기관은 6%대 중반수준을 전망하고 있으나 민간기업들은 훨씬 비관적이다.1분기의 수출이 첫번째 관건인데 뾰족한 회복세가 없으면 설을 전후로 크고 작은 부도가 줄지않을 가능성이 높다.기업들의 채산성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막대한 재고부담 때문에 기업외형은 의미가 없다.소비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이같은 재고조정은불황감을 더욱 심화시킬게 뻔하다.상황이 급박해지 면 정부는 인위적인 부양책을 쓸 가능성이 높다.
***국제수지 적자 확대 국제수지 적자는 지난해보다는 줄겠지만 1백50억~1백8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주요 제품들의 수출경쟁력 회복 조짐이 올해도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걱정의 초점.더욱이 원자재.고가사치품등의 수입과 해외여행등 무역외 부문의 적자도 방어정 책이 없다.원화가치의 절하는 어쩔 수 없는 대세.절하폭이 얼마냐가 관심사다.그러나 종래에 기대했던 수출증대 효과는 별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다시 외채문제가 부상할 것이다.국제수지 적자가 늘면 결국 외환보유액을 풀거나 해외 차입 으로 메워야 하는데 이는 외채증가로 이어지게 된다.지난해말 총외채는 1천억달러를 넘었고,현 추세라면 올해 1천2백억달러에 육박할 전망.
***실업.노사문제 본격화 지난해부터 명퇴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나 통계에 잡힐 만큼 광범위한 것은 아니었다.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소비감축.재고조정.투자감퇴 속에 감원 바람이 본격화될 조짐이다.둔감하던 실업률과 부도율도 이제 상승커브를 그리기 시작했다.여기에다 노동법개정 파동이 연초부터 계속될 것으로 보여설상가상의 형세다.정리해고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해고가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어차피 경기가 급락하는 상황에서는 도산기업의 증가에 따른 실업문제가 발등의 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감원없이 버 티는 기업들은 그 대신 임금인상을 최대한 억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파업사태와 올봄의 임금교섭이 어떻게 맞물릴지가 주목거리다. ***물가.부동산 불안 국제수지 못지 않게 우려되는 부문이 바로 물가다.지난해에 미뤄온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데다 대선 바람을 타고 부동산 동향이 심상치 않다.
이미 시중엔 10년 주기설이 퍼지고 있다.대선을 의식해 정부가선심성 규제완화를 남발할 경우 이런 불길에 휘발유를 붓는 격이될 것이다.정부는 지난해말에 그린벨트 개발을 일부 풀었고,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대상을 확대한 바 있어 이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그러나 불황심화 속에서 공산품쪽의 물가는 광범위한 가격파 괴 현상이 일어나 물가쪽에 긍정적인 측면도 기대할 수 있다. ***바닥 증시와 시장 개입 통상 주가가 경기에 6개월정도 먼저 움직인다고 한다.이 이론대로라면 경기저점이 6,7월께올 경우 6백포인트대까지 떨어진 종합주가지수는 그 이전에 오를가능성이 있다.문제는 경기저점이 언제인지 예측키 어렵다는 점이다.예컨대 경기저점 이 내년으로 넘어간다면 주가의 회복도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이 경우 정부의 태도가 변수다.대선을 앞두고주가의 하락이 계속되면 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지고,정부가 이를 참아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선거를 의식해 마구잡이로 부양책을 쓰기 시작하면 증시는 안으로 곪게돼 있다.시장원리를 근간으로 한 의연한 정부 정책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한해다.
정부가 인내하기만 한다면 오히려 시장정상화의 기회다.
***SOC투자 효율 추진 도로.철도.항만등 사회간접자본(SOC)투자를 어떻게 하느냐는 올해에도 중요한 과제다.길에다 쏟아붓는 물류비가 국민총생산의 15.7%에 달하는등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정부는 올해 전체 예산의 7분의1에 달하는 10조1천억원을 SO C 투자에 배정했다.특히 민자유치정책이 확정돼 국책사업 추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그러나 지난해말 예산배정때 대선을 의식해 선심성으로 나눠먹기식 배정을 했다는 지적이 많았다.한편 민자유치 촉진을 위해서는 경제력 집중이니,특혜니 하는 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정한 선정 기준을 만드는 문제가남아있다.
***금융산업 구조조정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의 대가로 금융및 자본시장 개방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금융산업 전반에 걸쳐 지각변동에 가까운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특히 은행을 비롯한 모든 금융기관들이 이런 변혁의 물결 앞에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지난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금융구조개선법이나 은행법등이이런 변화의 지렛대 역할을 할 전망이다.당장 은행등 금융기관들간에 합병이 추진될 것이며,2금융권에서는 기업인수.합병(M&A)바람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이런 변혁의 와중에서 금 융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감독기능을 정상화하고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당국의 노력이 과제로 꼽힌다. ***남북한 경협 확대 96년 하반기 남북관계를 얼어붙게했던 잠수함 침투사건이 지난 연말 북한측의 공식사과로 분위기가바뀌고 있다.정치적 요인을 제외하면 한반도 내에서의 남북한 경협은 위축돼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북한은 쌀 못지 않게 외국자본과 기술 에 여전히 목말라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동안중단됐던 북한 진출은 해당 기업별로 당장 재개되겠지만 잠수함사건의 충격이 당분간은 갈 것으로 보인다.새해 들어 기업들은 평양.남포지역 위탁가공사업과 나진.선봉지역등에 대한 투자를 확 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공동화.外製病 지난해 하반기에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고비용구조에 쫓긴 국내 제조업의 해외 이전은 새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공장이 없어지면 일자리도 줄어들게 마련이다.불황속의 실업증가와 맞물려 이런 제조업 공동화를 막을 수 있는 고임금.고금리.고물 류비등의 개선노력이 절실해질 것이다.
제조업이 떠나가는 경제적 공간을 넘치도록 채우고 있는 외제 홍수도 문제다.특히 96년 한햇동안 20%이상 늘어난 소비재 수입은 새해에도 우리 경제의 골칫거리가 될 전망이다.외제는 상품만 아니라 유통과정에까지 국내시장 침투를 더욱 확 대할 것으로 보인다.이미 선진국의 세계적 유통업체들이 줄지어 상륙하고 있다.가격파괴나 유통혁명이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21C형 산업구조 이행 21세기가 3년 앞으로 다가서면서 한국 경제에 새 옷을 입혀야 할 필요성은 더욱 시급해질 전망이다.반도체나 석유화학.조선등 이른바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제조업에 울고 웃던 무거운 산업구조를 첨단 소재및 정보통신.뉴미디어등 가벼우면서 미래형인 산업 위주로 바꿔나가는 과정은 짧을수록 좋을 것이다.이런 미래형 산업구조는 불가피하게 우리의 정치.사회.문화구조까지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경제적 측면에서는인력과 자금등 한정된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면서 우리 경제의 정보화 .소프트화를 유도해나가는 노력이 정부나 기업.개인 모두에게 요구되는 과제로 꼽힌다.
〈손병수.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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