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正연휴 볼만한 비디오-생각속의 오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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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셰익스피어의 원전을 현대로 옮겨 놓은.리차드 3세'(우일)를영화관에서 본 사람들은 극소수였다.영국 왕가의 권력욕과 음모등에 익숙하다면 빠르게 진행되는 스토리들과 수준높은 셰익스피어식대사들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자주 정지시켜가 면서 속속들이 이해하면서 보아야 더욱 와닿는다.
그러나 왕가의 모습임에도 화면은 아름답지 못하고 극단적인 성격 묘사만이 뇌리에 남는다.
앨런 파커 감독의.미드나잇 익스프레스'(콜럼비아)가 최근 영화개봉 덕에 다시 나왔다.예전의 비디오는 대여점에서 구석에 처박혀 있거나 화질이 엉망일 것이다.마약밀매 혐의로 터키 감옥에수감된 미국인의 실화를 내용으로 하고 있어 터키 대사관이 영화개봉을 방해했다는 일화도 있다.빠삐용과 같은 자유에의 의지를 보여주는 주인공이 결국 비인간적인 터키의 감옥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그러나 처절한 정치적 억압의 구조가 씁쓸하게 남아 영화를 다 보고 난뒤 산뜻한 기분을 기 대할 수는 없다.
귀여운.샐리'멕 라이언이 .커리지 언더 파이어'(폭스)에서 철모를 쓰고 권총을 휘두르는 헬리콥터 조종사로 나오더라도 관객들은 이에 적응해야만 했다.걸프전을 무대로한 덴젤 워싱턴과의 공연에서 무리가 없었기 때문이다.오인 사격으로 아 군을 몰사시킨 군인들의 자책감과 이를 규명하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하는 작품.전쟁을 소재로 한 만큼 실제와 같은 장면들이 지난 가을 흥행 대성공에 값한다.
.택시 블루스'의 묘한 매력을 기억하는 영화광들은 파벨 룽겐감독의 신작.라이프 인 레드'(시네마트)를 자신의 컬렉션에서 빼놓지 않을 것이다.이념이 몰락한 러시아의 현실은 을씨년스러우면서도 우스꽝스럽게 나타난다.혁명을 내세우는 공산 당 관료주의는 서구와 내통한 졸부들과 마피아같은 폭력조직으로 대체된 형편이다.비행기 연착으로 모스크바에서 발이 묶인 프랑스 피아니스트(뱅상 페레)는 옥산나(타냐 메체르키나)에게 빠져 러시아 암흑가에 납치된다.
정치적인 풍자와 애틋한 로맨스를 동시에 보여주려는 화면은 때론 사실적이고 때론 충격적인 초현실주의로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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