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흑자 내던 신성건설이 … 특단 대책 빨리 나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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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잇따르는 건설사 부도=1952년 신성전기기업사로 출발한 신성건설은 68년 건설업 면허를 취득하며 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최근 부도를 낸 신일, 우정건설, 신구건설 등과 달리 신성건설은 주택뿐 아니라 토목·건축·플랜트·해외사업 등으로 비교적 사업부문이 다각화돼 있는데도 어려움을 맞았다.

지난해 6266억원의 매출액과 5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로 올 들어 자금난에 시달리다 지난달 31일 1차 부도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기도 했다. 그 이후 E그룹 등과 매각 협상을 진행했으나 주택경기 침체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인수 기업을 찾기 어려웠다.

신성건설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짓고 있는 상가 ‘신성 미 타워’ 공사 현장. 내년 4월 준공 예정이었으나 자금난으로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신성건설은 12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김태성 기자]

업계에서는 신성건설이 꾸준히 흑자를 내왔기 때문에 법원이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성건설 관계자는 “시세 1600억원에 달하는 강남 사옥을 파는 등 자구 계획을 법원에 곧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계사로는 신성개발 등 7개사가 있다.

비교적 재무구조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던 신성건설이 무너지면서 건설업계에는 부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올 9월까지 305개의 건설사가 부도로 쓰러졌다. 특히 아파트 사업에 주력하는 중견 건설업체들은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증가로 부도설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시공능력평가 100위 이내 건설사 중 27개사가 유동성 위기를 겪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성건설도 그중 하나며, 대부분 주택사업 비중이 큰 업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건설사와 채권금융단 간의 자율협약을 맺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해서다. 자율협약을 맺으면 각종 대출의 만기가 1년 연장되고, 신규자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한숨 돌릴 수 있게 된다.

김재언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정상화가 힘든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가려내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업체에 대해선 신속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분양 계약자·금융회사 피해=신성건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아파트 입주 지연 등 계약자의 피해가 우려된다. 통상 6개월인 기업회생절차 기간 중 공사가 중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신성건설이 진행 중인 아파트는 충북 충주 용정지구(1285가구)와 경남 김해시 어방동(362가구) 등 6곳 2822가구다. 다만 모두 분양보증을 받아 계약자가 계약금과 중도금을 떼일 염려는 없다.

신성건설의 금융권 채무는 2456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신성건설의 금융회사 여신은 ▶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이 1205억원 ▶민국 등 6개 저축은행 158억원 ▶삼성생명(우리은행 지급보증)과 스타리스 144억원 ▶공모 회사채 950억원 등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신 규모가 크지 않아 은행이나 저축은행의 경영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건설이 159개 협력업체에 지급하지 않은 채무는 모두 1739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위는 매출의 30% 이상을 신성건설에 의존하고 있는 협력업체에 대해선 금융회사 채무를 1년간 상환 유예하거나 금리를 감면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흑자도산에 처한 협력업체에 대해선 ‘중소기업 신속 지원(패스트트랙) 프로그램’을 우선 적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의 잇따른 독려에도 금융회사가 중소기업 대출에 몸을 사리고 있어 지원이 얼마나 신속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김준현·조철현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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