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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家閥>6.모하메드家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고무나무 농장 일색이던 말레이시아가 숨가쁜 성장을 거듭해 오늘날의 산업대국으로 발돋움한 것을 두고 뽕나무밭(桑田)이 벽해(碧海)로 둔갑했다고 비유하는 사람들이 많다.
동남아시아 국가중 가장 활력있는 경제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이같은 성장사 뒤에는 마하티르 모하메드 총리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있다.
풍부한 천연자원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특유의 빈곤가도에서 크게벗어날 수 없었던 말레이시아를 국민차 프로톤과 전자산업으로 대표되는 고속경제성장 국가로 끌어올린 마하티르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경제협력을 이끌고 있는 국제적인 지도자이기도 하다. 지난 25년 말레이반도 북부 알로르 세타르시에서 태어난 마하티르는 산부인과 의사출신이다.현 싱가포르의 킹 에드워드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한 그는 54년 말레이시아 보건국에 자리를 잡으면서 첫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27년뒤인 81년 총리직에 오르기까지 마하티르는 교육.통산.국방.내무.법무장관등을 두루 거치면서 행정경험을 쌓았다.또 강력한 말레이 민족주의자로 정치무대에 등장해 한때 전체인구의 30%를 차지하는 화교(華僑)들로부터.요 주의 인물'로낙인 찍히기도 했다.
그는 평소 얼굴에 붙여다니다시피 하는 잔잔한 미소,부드러운 매너와는 정반대의 극단적 성향을 지닌 인물이다.특히 미국을 대표로 하는 서방에 대해서는 유명한 독설가로 정평이 나 있다.
“미국과 일본간의 무역마찰은 황인종에 대한 미국의 편견 때문”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미국의 중국내 인권에 대한 개입은 중국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려는 의도”라는 발언을 함으로써 국제적인이목을 끌기도 했지만 국내에서는 경제건설을 이끈 훌륭한 총리로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집권(15년)에 수반되는 강압적인 정책들은 이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지난 94년 한햇동안 1백여명의 반체제인사를 구속하는가 하면 국가의 화합과 단결을 해치는 보도는 불법이라는 규정을 만들어 놓고 언론을 통제하고 있 다.또 최근에는 슬랑오주 주총리가 호주에서 거액(약 7억원)의 외환 밀반출사건에 연루되는등 막료들의 부정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7월에는 그의 장남 미르잔(39)이 화물컨테이너사인 디페르다나를 인수,말레이시아 최대 운수업체의 오너로 등장하면서 특혜성 시비가 본격화되고 있는 상태다.
미르잔의 기업인수 소식을 전한 현지의 한 신문은 이 보도로 인해 정부에 해명서를 제출해야 하는 필화(筆禍)를 겪기도 했다. 마하티르의 장성한 세 아들은 모두 기업계에서 활발한 활동을벌이고 있다.미르잔은 화려한 배경과 함께 그 자신 출중한 상재(商才)를 발휘해 말레이시아 기업계에서 가장 장래성 있는 젊은오너로 손꼽히고 있다.
또한 그의 차남 모크자니(37)는 의료사업체인 이스트 자바의주식을 13.3%보유하고 있으나 비공식적으로는 50%이상 소유하고 있는데다 탕카 홀딩사 사장도 겸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남 무크리즈(35)는 파이버 옵티컬사 사장으로 있으면서 한여행사의 대주주다.이들 모두 30대를 넘지 않은 젊은 나이다.
마하티르 총리의 처가는 그 자체로 말레이시아의 유력한 문벌이다.둘째 처남 툰 이스마일은 중앙은행장을 역임한 뒤 말레이시아최대 국영회사인 PMB사의 총재로 재직하고 있다.
전직 의사출신인 마하티르의 부인 시티 하스마의 큰언니 살레하는 겐팅 뷰 리조트사의 회장으로 있으며 정책연구소 ASLI고문과 말레이시아 장애인협회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넷째 처남은 주지사,다섯째는 회사 사장,여섯째 처남은 전직 육군참모총장등 모두 현직(顯職)에 올라섰던 인물들이다.
이들 10남매 모두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들로 그 이상 되려야될 수 없다는 점에서.퍼펙트 텐'으로 호칭될 정도다.
아들들의 화려한 기업활동과 그에 못지 않은 처가의 면면으로 인해 마하티르 집안은 아시아에서 두드러진 가벌로 손꼽히고 있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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