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물린사이클 젊음 걸었다-예비 경륜선수 위영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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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믿음직스런 아들.자상한 아버지.그러나 이제.코치와 선수'사이로 불러주길 원한다.아버지는 자신에게 서슴없이“코치님”이라고 부르는 아들이 그래서 더욱 든든하다.지난 9월 4기 경륜후보생선발시험에서 합격자 70명중에 포함된 예비경륜선 수 위영진(28.강원대 독어독문과 4년).
아버지 위경용(56)씨는 국가대표선수(59~67년)를 거쳤고64년 도쿄올림픽에도 출전했다.또 국가대표팀 감독(85~86년).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 감독(86~92년)을 역임한뒤 현재 대한사이클연맹 심판위원.질서위원장등을 맡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최우수심판상을 수상했다.
사이클에 무한한 자긍심을 갖는 아버지와 꿈도 안꾸던 사이클과인연을 맺은 아들의 코치와 선수로서의 만남은 불과 4개월전이다. 지난해 처음 사이클을 권유했지만 아들은 반대하고 나섰다.그러나 아버지는 지난 8월 취업(무역회사)준비에 들어간 아들을 줄기차게 설득했다.
“남자로서 멋있는 운동이고 직업이다.” 한달간의 고민끝에 아들은 마침내“대(代)를 잇겠다”는 결론을 내렸다.아들은 당장 평소 좋아하던 술.담배를 끊었다.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은 그렇게 막이 올랐다.
“멋있습니다.직업으로도 괜찮은 것 같고,자기 절제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아버지의 뜻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경륜후보생 시험(9월16일)을 통과해야 사이클에 입문할 수 있었다.사이클에 문외한인 그는훈련에 앞서 우선 사이클의 기초지식부터 아버지에게 배워야 했다.타는 법은 물론이고 자세교정에서부터 정비까지.그런 뒤 경기도가평의 집에서 가까운 춘천벨로드롬에서 매일 오전6시부터 오후6시까지 한달간 맹훈련에 땀을 쏟았다.아버지는 엄한 코치였다.
피는 못속이는 법일까.위영진의 페달 적응력은 빨랐다.2백 14초36,1천 1분25초7.드디어 합격이었다.이후 두달간의 합숙생활을 거쳐 겨울방학.그러나 그에겐 방학이 없다.훈련계획서를손수 만든 아버지를 따라 겨우내 경춘가도를 달려 야 하기 때문이다.어느새 아버지는 오토바이까지 구입했다.앞에서 주행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177㎝.80㎏의 다부진 체격.고교(석관고)졸업후 병역의무를마치고 93년 대학에 들어간 늦깎이지만 방학때 트럭운전.막노동등 아르바이트와 배낭여행을 통해 두둑한 배짱까지 길렀다.
“성실한 자세로 훈련하면서 실력껏 싸우겠습니다.” 지난 8월구입한 사이클(코렉스)안장에 올라앉아 핸들을 잡은 그는 내일을향해 힘차게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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