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속의 중국인②] 중국어로 중국 알리는 천정후이(陳爭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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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중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중국과 이웃한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 대학가에서는 ‘4대 스펙’이란 말이 유행이다. 4대 스펙이란 학점ㆍ외국어 성적ㆍ자격증ㆍ사회활동을 가리키는 말로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중시하는 항목이다. 예전에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영어와 일어를 공부했으나 요즘은 중국어를 공부하는 학생 수가 해마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좋은 선생님 아래에서 좋은 학생이 나오는 법. 한국에는 적지 않은 중국인들이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은 그 중 한 명인 천정후이(陳爭輝ㆍ29)씨이다. 그는 2003년 한국에 와 현재 성균관대에서 무역학 박사 과정을 밟으며 인하공전에서 중국어 강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하는 일과 업무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저는 현재 한국에서 많은 스튜어디스를 배출하기로 유명한 인하공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선 매년 우수한 스튜어디스들을 배출하여 국내∙외 유명 항공사로 취업시키고 있어요. 저는 이곳에서 중국어 강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보수, 시간, 기타 대우 등 대체적으로 모두 만족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대학에서의 업무환경은 비교적 여유 있는 편입니다. 제 생각에 중국 대학의 강사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 대학의 강사들은 더 자유롭습니다. 자신만의 수업방식에 따라 수업을 진행 할 수 있고, 학기 중 자신이 담당한 수업 계획도 임의로 바꿀 수 있게 해줍니다. 대학 강사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비교적 높은 편이죠.

▶어떤 경로를 통해 한국에서 취업을 하게됐나요?
-정식으로 일을 시작한 건 2004년부터입니다. 당시 한국의 비교적 큰 학원에서 중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중국어 강사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일이 점점 좋아졌습니다. 많은 한국사람들의 중국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편이라 중국어를 가르칠 때 중국에 대한 이해도를 넓혀줌과 동시에 중국을 좋아하도록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매우 기쁩니다. 제가 학원에서 일을 한지 3년 째 접어들었을 때 더 이상 여가 시간을 낭비해선 안되겠다 싶어 성균관대 무역학 박사 과정에 응시했습니다. 2007년 하반기부터 박사과정 공부를 시작했죠. 그러면서 대학에서 중국어 강사를 맡는 것도 생각하게 됐고, 2008년 한 친구의 소개로 인하공전 중국어 강사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중국어를 배울 때 가장 어려워 하는 것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것은 뭔가요?
-제가 맡고 있는 반은 초급과정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중국어 발음을 가장 어려워하는데, 발음 외에 한자도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중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중국어 외에도 중국 여행에 관심이 많은 편이고, 중국의 물가나 중국인들의 실생활 등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보통 베이징, 상하이 등의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잘 모릅니다. 중국 여행은 어디로 가는 게 좋은지 비용은 얼마가 드는지 등을 종종 물어봅니다.

▶수업시간 외에도 가르치는 학생들과 잘 어울리나요? 학생들과 함께 했던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제가 시험은 비교적 엄격하게 관리하는 편이지만 평소 수업시간은 편한 분위기에서 진행합니다. 저는 학생들과 나이 차가 많지 않아 공통 화제 거리가 많아요. 수업이 끝난 후나 공강일 때 어떤 학생들은 제 사무실로 찾아와 이것저것 질문을 하기도 하고 그냥 수다를 떨기도 합니다. 마치 친구처럼 말이죠. 지난 학기 교내 운동회 때는 학생들과 함께 참가 선수들을 위해 열띤 응원을 펼쳤습니다. 마치 학창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 말이죠.

▶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과 가장 즐거웠던 일이 있나요?
-일 하면서 가장 힘들다 느꼈던 건 예전에 한 회사에서 통∙번역 일을 했을 때였습니다. 중국업체의 사장이 한국업체 사장님을 만나러 왔었는데 한국 업체 측에서 그냥 일반적인 통역이라 말하고 사전에 준비자료 조차 주지 않았어요. 하지만 모두 기계와 관련된 전문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사장 두 명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도 많이 있었죠. 기계 관련 전문지식이 전무 했던 저는 당시 매우 긴장되고 난처했었습니다. 그때가 겨울이었는데 등에 땀이 날 정도였어요.
즐거웠던 일은 너무 많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술 마시러 간 일, 그리고 한 학생의 결혼식에 참석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정식으로 일하기 전에 아르바이트를 해 본 경험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일이었나요?
-과외를 했었습니다. 회사에서 단기 통∙번역 아르바이트도 했었고요. 학원에서 일할 때 학원 중국어 교재 녹음을 하게 됐는데 이 때 녹음 일을 하는 친구를 알게 되었어요, 제 목소리가 괜찮은 편이라 그 친구를 통해 중국어 녹음 일을 하기도 했고 학원에 중국어 교재를 써 주기도 했습니다.

▶한국생활의 장∙단점이 있다면?
-한국생활의 장점은 매우 많습니다. 예를 들어 깨끗한 환경, 기본적인 시설, 편리한 교통, 친절한 서비스, 음식도 먹을만하고요. 게다가 안정적인 직장을 찾으면 물가가 그렇게 비싸다는 느낌도 들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불편한 점도 있어요. 저와 많은 친구들 모두 한국 사회가 외국인에 대해 그다지 관대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대학이나 기업에서 외국인 교수 및 직원이 차지하는 비율도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외국인이기 때문에 불편한 부분이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국인 등록번호로 인터넷에서 회원가입을 하거나 e메일 계정 신청 등이 번거롭습니다. 2003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만들 수 조차 없었어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많은 사이트에서는 회원가입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인터넷에서 외국인 등록번호로 인증 받는 일 역시 불가능합니다. 이밖에 학생신분으로는 외국인 등록번호가 있어도 휴대폰 구입도 불가능해요. 구입 하려고 해도 20만원의 보증금을 선납해야 합니다. LG텔레콤은 올해부터 외국인 휴대폰 구매 제한 규정을 없앤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안정적인 직장도 있고, 신용카드까지 발급받아 쓰고 있지만 지난 주 SK텔레콤에서 휴대폰 가입이 뜻밖에도 안된다는 말에 기분이 정말 상했어요.

▶현재 한국에서 유학중인 유학생들과 취업준비 중인 중국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먼저, 진짜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이야 말로 자기자신의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하죠.
두 번째로 요즘 취업 하는데 있어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도 그 일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면 보수에 너무 연연하지 말아야 합니다. 제가 학원에서 일 할 때 학원에서 여러 무보수 특강을 자주 개설 했었는데, 몇몇 강사들은 무료로 특강하기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무보수에 시간까지 뺏기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저는 매우 가치 있는 경험을 쌓는 것이라 생각하여 매우 좋아했습니다. 이 경험들이 인하대 면접 때 큰 도움이 되었죠.
세 번째로,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특히 외국에서는 당신의 업무태도 하나가 한국인들이 중국인 모두에 대해 갖는 생각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친구들을 많이 사귀세요. 진정한 마음으로 당신 곁에 있는 사람들을 대하길 바랍니다. 특히 외국 생활에서 친구는 당신에게 있어 가장 큰 재산입니다.
정리= 조선희 중국연구소 연구원 hotmoc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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